배우 이성민이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야생의 거친 향기가 묻어나면서도 애잔한 삼류 건달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이성민이 가열차게 ‘집적대는’ 송선미만 모르는 순정 마초의 진면목이 ‘미스코리아’ 본 방송을 사수하게 만들고 있다.
이성민은 현재 이 드라마에서 화장품 회사 사장 김형준(이선균 분)에게 원금과 이자를 받아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삼류 건달 정선생 역을 맡아, 형준을 배신했다가 도왔다가 하는 줄타기를 하고 있다. 폭력을 쓰기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맞거나 욕설을 시원하게 듣는다고 해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밑바닥 인생.
선생은 이름과 걸맞지 않은 초라한 삶을 살면서도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고화정(송선미 분)에게 사랑의 감정을 키우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미스코리아’ 7회는 선생의 안타까운 짝사랑이 갈기갈기 찢기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선생은 비비화장품의 몰락을 바라는 바다화장품에 비비크림 성분배합표를 넘기려다가 들통났다. 바로 비비크림이 아니라 일반 영양크림 성분배합표였던 것. 선생은 형준과 자신의 목숨을 구할 방법은 비비크림 성분배합표를 바다화장품에 거액의 돈을 받고 팔아치우는 일 밖에 없다고 판단해 남몰래 훔쳤다.
하지만 이 모든 술수를 직감하고 있었던 화정에 의해 무산됐다. 가뜩이나 화정에게 사람 취급 받지 못하는 가운데 자신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치부를 들킨 선생은 분노와 부끄러움에 화정에게 키스를 했다. 화정은 거세게 반항했고, 거친 욕설로 선생에게 모욕감을 줬다.
앞서 선생은 화정이 홀로 무거운 화장품 상자를 옮기자 “야 사내X 새끼들 뭐하고 혼자 뭐 하냐”면서 장난을 걸며 화정에 대한 호감을 보였던 상황. 물론 화정은 선생의 애정표현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멸감을 표현했지만 선생은 그런 화정의 콧대 높은 자존심도 사랑스러워했다.
선생은 “박사님, 나랑 영화 보러 갈래? 옆자리에 모르는 사람이랑 봤다 치자. 박사님 따로, 나도 따로 보는 거다. 내 옆자리가 싫으면 번호표 무시하고 아무데나 앉아서 보면 되지 않겠느냐. 하도 이마에 내천 자 그리고 있길래 영화 보자고 했다”고 농담을 섞어가며 데이트 신청을 했다.
하지만 선생의 이같은 노력은 성분배합표를 빼돌리려다가 실패한 사건으로 인해 회복 할 수 없는 물거품이 됐다. 결국 선생은 영화관에 편지를 남기며 안타까운 짝사랑의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강제 키스 후 여전히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는 화정이 볼지 안 볼지도 모를 편지를 남겼다. “혹시 왔다면 미안하다. 감히 박사님께 주제 파악 못하고 돌았다. 깡패가 그렇지 뭐. 잘못했다. 없던 일로 하자”고 진심을 꾹꾹 눌러담아 편지를 전한 선생의 행동은 안방극장을 짠하게 했다. 삼류라고, 건달이라고, 남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면모를 갖추고 있다고 해서 사랑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
삼류 건달이지만, 정이 묻어나며, 진짜 사랑을 할 줄 아는 선생의 속깊은 행동은 아직 화정에게 와닿지 않고 있다.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알고 있는 선생은 이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 형준 못지않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남자 중에 상남자이면서도, 순정을 품고 있어 자꾸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선생은 이성민의 은근히 강한 로맨스 연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
이성민은 이미 2012년 방영된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미세하게 변화하는 표정 하나로도 로맨스를 표현해 여성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살짝살짝 미소를 짓거나 눈빛에 사랑을 담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송선미가 연기하는 화정이 이런 선생의 마음을 알지 못해 어긋나고 있지만 선생의 지름길을 찾지 않고 직진만 하는 사랑법은 안방극장을 매료시키고 있는 중이다. ‘미스코리아’ 시청자들은 말한다. 화정과 형준의 친구들만 모르는 순정마초 선생의 매력에 이미 빠졌노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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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