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님께서 다시 부활할 수 있게 말씀을 해주셔서 이적을 결심하게 됐다. 전북이 종착역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할 것이다."
이승렬(25, 전북 현대)은 아직 20대 중반이다. 하지만 벌써 프로 데뷔 7년 차다. 그만큼 많은 것을 겪어 경험이 풍부하다. 데뷔부터 2010년까지 승승장구했다. K리그 데뷔 첫 해인 2008년 FC 서울의 준우승에 큰 기여를 했고, 신인상도 수상했다. 2009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해 주축으로 활약했고, 2010년에는 남아공 월드컵과 K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년 만에 베테랑 선수들도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모두 체험한 것이다.
하지만 2012년부터 이승렬의 이름은 잊혀지기 시작했다. 2012년 감바 오사카(일본)로 이적한 이승렬은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7월 울산 현대로 임대됐다. 그러나 울산에서도 큰 활약은 하지 못했다. 결국 시즌 종료 후 감바로 복귀했다가 다시 성남 일화로 이적해 한국 무대로 완전 복귀하게 됐다. 그럼에도 이승렬은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23경기 출전 3골 1도움에 머물렀다.

영광과 좌절, 기쁨과 슬픔을 모두 겪은 이승렬로서는 최근 2년 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고 싶어했다. 그러던 차에 전북이 손을 내밀었다. 지난 6일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전북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승렬은 "서울에서 좋은 일만 있다가 이적 이후 첫 매듭을 잘 묶지 못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하지만 최강희 감독님께서 다시 부활할 수 있게 말씀을 해주셔서 이적을 결심하게 됐다. 이제부터 매듭을 다시 묶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물론 빨리 올라올 거라고 생각은 안 한다. 동계 훈련부터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북에서의 첫 느낌은 좋다. 이승렬은 "선수단 분위기가 가족적이다. 운동을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선수에게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훈련하고 스스로 컨디션을 관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도 좋아하는 분위기다. 내게 맞는 팀을 찾다 보니 전북에 오게 됐고, 현재로서는 전북이 종착역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승렬은 일단 급한 마음을 버렸다. 최근 2년의 실수를 심리적인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부족한 점을 먼저 보완하고 조금씩 끌어 올려 절정이었던 2010년으로 돌아간다는 계획이다. 이승렬은 "피지컬적인 면이 부족하다. 물론 지금은 어느 부분에서도 예전의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다 부족하다. 다시 끌어 올려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목표도 크게 잡지 않았다. 일단 2010년 기록했던 10골 6도움의 절반이 목표다. 이에 대해 이승렬은 "예전에는 2010년도의 기록을 많이 생각했다. 이제는 다르다. 일단 그 절반 정도가 목표다. 하지만 최대 목표치가 아니다. 최소한의 목표다. 빨리 최소한의 목표를 이룬다면 언제든지 그 이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울산 시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하지만 주축이 아니었다. 올해는 그저 처음부터 같이 뛰어서 우승이라는 마무리까지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강희 감독도 이승렬이 자신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지원사격을 할 예정이다. 최강희 감독은 이승렬에게 처진 스트라이커로서 공격의 마무리를 짓는 역할을 맡길 계획을 세워두었다. 최근 몇년 동안 이승렬이 주로 기용된 측면이 아니다. 이승렬이 측면보다 중앙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이승렬도 "어느 포지션이든 상관은 없지만 섀도우 스트라이커 혹은 얽매이지 않고 뛰는 것이 편하긴 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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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