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훈련하는 게 어떠냐".
한화 외야수 고동진(34)은 결혼식을 올린 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지난달 중순부터 개인 자율훈련에 돌입했다. 대전구장을 꾸준하게 찾으며 몸 만들기에 나섰다. 이달 초부터는 혼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함께 훈련하는 것이 어떠냐"고 직접 일일이 전화했다. 주장이라는 책임감에서 우러 나온 제안이었다.
고동진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한화의 임시 주장을 맡았고, 시즌을 마친 뒤에는 정식 주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주장이 재미있다. 하고 싶었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주장은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위치로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게 많은 자리다. 하지만 고동진은 스스럼없이 주장 자리를 맡았다.

주장답게 선수들을 이끄는 리더십도 보여주고 있다. 대전구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자율훈련이 대표적인 장면. 한화는 오는 15일 일본 오키나와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데 그 전까지 따로 소집하는 일이 전혀 없다. 이 기간 동안 단체훈련이 금지돼 있지만 한화는 시무식이나 워크숍 소집 일정도 전무했다.
이에 고동진이 선수들에게 "대전구장에서 함께 훈련하는 것이 어떠냐"고 선수들에게 전화로 제안했고, 지난 6일부터 30명에 이르는 선수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정해져있는 시간은 없지만 오전 10시부터 각자의 몸 상태에 맞춰 개인훈련을 하고, 투수와 야수 모두 2~3명씩 짝지어 캐치볼과 티배팅을 소화 중이다.
고동진은 "기초 체력 위주로 러닝과 웨이트를 하고, 캐치볼·티배팅도 함께 하고 있다. 선수들이 각자 떨어져 하는 것보다는 캠프 가기 전 며칠이라도 같이 운동하는 것이 팀 분위기에 좋을 것 같았다"며 "코치님들은 우리가 이렇게 나오는지 모를 것이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훈련이 좋고 안 좋고 떠나 선수라면 늘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4~5월 시즌 초반에 좋지 않았던 만큼 미리 준비를 잘해야 한다"며 "대부분의 선수들이 내 제안에 기분 좋게 응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흐뭇해 했다. "프로는 프로답게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응룡 감독의 신조와 일치한다. 캠프 가기 전까지 최상의 몸 상태로 끌어 올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훈련과 함께 캠프 출발 전 먼저 얼굴을 보고 단합을 다지는 의미도 있다. 고동진은 "함께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이 각자 따로 떨어져 있다 보니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었다. 새 선수들이 많이 가세했기에 하루빨리 단합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단체 훈련은 필요했다. 팀을 하나로 뭉치기 위한 고동진의 섬세함이 주장 체질이란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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