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해야 한다."
삼성화재 외국인선수 레오(24)가 최근 불거진 현대캐피탈 아가메즈(29)와 신경전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레오는 지난 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한국전력과 홈경기를 승리로 이끈 뒤 인터뷰에서 "아가메즈가 존중받고 싶으면 상대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사건은 지난 5일 대전에서 열린 삼성화재-현대캐피탈전이 발단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아가메즈는 2세트 중 레오에게 블로킹을 당한 뒤 얼굴을 붉히며 불만스런 제스처를 나타냈다. 이에 레오도 발끈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주심이 네트 앞에 두 선수를 모아놓고 진정시켰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날 현대캐피탈의 승리와 함께 인터뷰를 가진 아가메즈는 레오와 관련해 "나는 그를 존경한다. 잘 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가끔 자신이 이곳에서 최고라는 행동을 취하는 모습이 있다. 상대를 좀 더 존중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불필요한 세리머니로 상대를 자극해선 안된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레오도 아가메즈의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전해들었다. 레오는 "그날 경기에서 1세트에 아가메즈가 백어택을 성공시킨 뒤 가만히 서서 나만 쳐다봤다. 난 무시하고 경기에 임했지만, 2세트에도 고희진이 블로킹에 실패하자 아가메즈가 같은 모습을 보였다"고 해명한 뒤 "상대가 먼저 존중하지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존중받고 싶으면 상대를 먼저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서 2년째 뛰고 있지만 지난 시즌에는 이 같은 트러블이 전혀 없었다. 상대 선수들이 존중해주는 만큼 나도 상대를 존중하고 있다"며 "아가메즈가 그 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고 지적했다. 향후 현대캐피탈과 승부에 대해서도 "전혀 부담될 게 없다. 오히려 그게 더 동기부여가 된다. 확실히 힘을 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선수의 신경전을 바라보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마음도 좋지 않았다. 신 감독은 "레오와 아가메즈의 신경전은 화제가 될 것도 아니다. 코트에서 매너가 나쁜 모습을 보이면 내가 먼저 선수를 질책한다. 그날 경기에서 레오에게는 큰 문제가 없었다. 레오한테 물어 보니 '아가메즈가 먼저 쳐다봐서 자신도 쳐다본 것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신 감독이지만 이것이 또 하나의 배구를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되기를 기대했다. 신 감독은 "경기를 하다 보면 이런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다. 서로 경기를 하다 안 되면 젊은 선수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씩씩거리기도 한다"며 "그것도 경기의 재미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팬들이 잘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외국인선수들의 신경전으로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라이벌전이 더욱 흥미로워진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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