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만 기다려왔던 것처럼 유인나가 악녀로 돌변했다. 착하기만 했던 그는 갑작스럽지만, 몰입도 높은 변신으로 극에 긴장감에 불어넣고 있다.
유인나는 지난 8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나락의 길을 걷고 있는 천송이(전지현 분)를 상대로 막말을 서슴지 않으며 악녀의 본성을 드러냈다. 그동안 송이 곁에서 착한 친구로 자리했던 유세미(유인나 분)는 하루아침에 돌변, 적이 됐다.
송이는 한유라(유인영 분)가 죽은 후 끝 없이 추락하고 있다. 유라가 죽은 결정적인 이유로 지목됐기 때문. 이후 송이는 소속사와 재계약에 실패했고, 드라마, 영화, 광고 등 출연 중이던, 또는 출연이 예정됐던 작품에서 줄줄이 하차했다.

이 자리는 운 좋게, 송이의 절친 세미에게 돌아가는 그림이다. 평생 송이 인생의 조연으로 살아왔던 세미가 주연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주연으로 지위가 달라지면서 세미는 달라졌다. 하루 아침에 가장 친한 친구에서 적으로 돌아섰다.
이날 세미는 송이에게 거짓말을 한 이유를 숨김없이 털어놨다. 그는 송이가 주인공으로 출연 중이다 하차를 강요받은 작품에, 대타로 나섰으나 이를 숨겨왔다.
세미는 축하하는 송이에게 "너 샘 많은 아이잖아 누구보다 승부욕 강하잖아. 그런데 나는 경계하지도 않고 네 곁에 두려고 했어. 난 네가 단 한 번이라도 날 질투해주고 날 경계해주길 바랐어"라고 15년 간 담아뒀던 말을 토해냈다.
또, 자신의 말을 끊고 일어나려는 송이에게 "내 말 들어. 난 늘 네 말만 들었어"라며 "뭘 기대했던 거야? 너 대신 그 자리에 서서 널 미안해하길 바랐어? 넌 노력도 없이 얻었던 그 모든 걸 난 피나는 노력으로 이제 겨우 얻기 시작했을 뿐이야. 전혀 안 미안해"라고 차갑게 말했다.
세미는 15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15년 동안 송이만 바라보는 이휘경(박해진 분)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또 한 번이라도 주인공이라는 타이틀로 인생을 살아보기 위해서 노력했다. 인내와 원망은 분노가 돼 세미의 마음에 자리잡았다. 휘경에 대한 간절함, 송이에 의해 가려진 인생은 그의 아킬레스건. 송이의 추락이라는 변수로 얻은 반등의 기회를 세미는 악랄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세미는 '욕' 할 수 만은 없다. 늘 존재감 없이 송이의 부속품으로 살아왔기 때문. 인생이 그랬고, 심지어 사랑도 예외는 없었다. 모든 요인들이 세미의 악한 기질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처음 극이 시작할 때만 해도 유인나는 잘 웃고 조근조근 말하는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쾌하고 쾌활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던 그에게는 '연기 변신'이라고 할만한 행보였다. 그는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한다. 설득력 있는 악역으로 전지현과 긴장감을 그리며 극에 쫀득한 재미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편 '별에서 온 그대'는 400여 년간 조선 땅에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과 한류 여신 톱스타 천송이의 로맨스를 그리는 드라마. 드라마 '내조의 여왕',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가 집필을, 드라마 '바람의 화원', '뿌리 깊은 나무'의 장태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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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