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은 모든 선수들의 꿈으로 불린다. 설사 입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후보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영예다. 박찬호(41)도 2016년에는 후보 자격을 얻는다. 미 언론에서는 입성 가능성을 낮게 봤지만 벌써부터 이름을 거론하며 박찬호의 옛 모습을 추억하고 있다.
MLB 사무국은 9일(이하 한국시간)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의 ‘2014년 MLB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쟁쟁한 후보자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제구력의 마법사’로 불렸던 MLB 통산 355승의 주인공 그렉 매덕스가 97.2%라는 높은 득표율을 얻으며 후보 첫 해에 명예의 전당 입성을 이뤄냈다. 역시 처음으로 후보 자격을 얻었던 톰 글래빈(92%)과 프랭크 토마스(83.7%) 역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예를 안았다.
세 선수가 입성 기준인 75%를 상회한 가운데 나머지 선수들은 내년을 기약하거나 후보자 자격을 박탈당했다. 2년차로 올해 입성이 유력했던 크레익 비지오는 기준선에 0.2% 모자란 74.8%로 입성을 1년 더 미뤘다. 약물 스타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로저 클레멘스(35.4%), 배리 본즈(34.7%), 마크 맥과이어(11%)는 전년보다 더 떨어진 득표율로 세간의 냉정한 시선을 확인해야 했다.

한편 일본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른 노모 히데오도 6표(1.1%)를 얻는 데 그쳐 후보자 자격 유지 기준인 5% 득표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일본 언론이 “생각보다 적은 득표”라며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 또 하나의 ‘아시아 후보’인 박찬호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1994년 LA 다저스에서 MLB에 데뷔한 박찬호는 2000년 18승을 비롯, 총 여섯 차례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MLB 통산 124승의 기록을 남겼다. 이는 아직까지 아시아 출신 투수로서는 최다승 기록이다. 통산 476경기에서 124승98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한 박찬호는 지난 2010년을 끝으로 MLB 무대를 떠났다. ‘10년 이상 활약, 5년 유예 기간’이라는 명예의 전당 기준에 따라 2016년 첫 후보자 자격을 얻는다.
물론 입성 가능성은 매우 낮다. 투수로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수 있는 지름길인 ‘300승’에 절반도 못 미친다. 미 언론도 이런 사실을 감안한 듯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미 < CBS스포츠>는 10일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자격을 얻을 선수들의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박찬호에 대해 ‘일회성에 그칠 선수군’으로 분류했다. 5% 미만 득표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실제 올해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첫 자격을 얻었던 선수는 총 19명이었다. 이 중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3명 외에 마이크 무시나, 제프 켄트까지 5명만이 후보자 자격을 유지했다. 나머지 14명 선수 중 1표 이하를 얻은 선수가 9명이나 됐다. 내년에는 올해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한 선수들은 물론 유력한 후보로 손꼽히는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존 스몰츠가 추가돼 더 어려운 레이스가 예상된다. 한 기자당 총 10명까지만 지명할 수 있어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다만 언론의 이 명단 자체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박찬호의 뛰어난 업적을 실감할 수 있다. 통산 287홈런의 개럿 앤더슨, 두 차례 올스타와 한 차례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데이빗 엑스타인, 통산 952타점의 마이크 로웰, 뛰어난 포수로 날렸던 벤지 몰리나 등도 박찬호와 같은 평가를 받았다. 전혀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는, 오히려 현지에서 언급된다는 자체만으로도 박찬호가 고평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시아 선수로는 가까운 미래에 후보로 오를 선수조차 없다. 명예의 전당의 득표율이 박찬호의 업적을 가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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