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하게 은퇴를 생각했다".
뉴욕 양키스 일본인 투수 구로다 히로키(39)가 지난달 재계약을 맺기 전 진지하게 현역 은퇴를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구로다는 지난 9일 일본 과 단독 인터뷰에서 지난 겨울 은퇴를 고민했으나 현역 연장을 결정하게 된 배경을 밝히며 새로운 목표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선언했다.
구로다는 최근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30대 후반에도 녹슬지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최근 3년 연속 200이닝 이상 소화하는 등 지치지 않는 체력까지 자랑했다. 시즌 후에는 FA가 돼 양키스와 연봉 1600만 달러에 1년 재계약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런 구로다가 은퇴를 고민한 것은 의외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율훈련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구로다는 인터뷰에서 "지난 겨울 은퇴를 진지하게 생각했다. '은퇴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나의 야구에 대해 생각했다. 투수로서 맞는 것은 괴롭다. 힘이 떨어지면 떠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후반기 부진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었다. 8월 중순까지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지켰던 구로다는 그러나 시즌 막판 6연패를 당하며 무너졌다. 그는 "지금 냉정하게 생각하면 팀 상황이 좋지 않아 전반기에 무리했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이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로다가 은퇴 결심을 접은 데에는 마쓰이 히데키의 이야기가 크게 작용했다. 구로다는 지난해 9월23일 마리아노 리베라의 은퇴식 때 뉴욕을 찾은 마쓰이를 만났다. 그는 "마쓰이는 나와 동갑으로 가장 의식한 선수였다. 그에게 은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다"며 "난 마쓰이가 조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봤지만 그는 분명히 다 쏟은 기분이라고 하더라. (마쓰이는 현역 생활 막판 양 무릎 수술로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난 그 정도까지 몸이 안 좋지는 않다. 그런데 은퇴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해볼 수 있을 때까지 해보겠다는 뜻.
양키스 구단의 적극적인 재계약 요청도 구로다의 마음을 흔들었다. 시즌 중반에는 할 스타인브레너 공동 구단주가 직접 그에게 연장계약 의사를 비치며 정성을 쏟은 것이다. 구로다는 "양키스는 특별한 팀이다. FA가 되더라도 양키스가 가장 우선이었다"며 "일본 히로시마 구단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는 이미 양키스 잔류를 거의 결정한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
마지막으로 구로다는 "3년 연속 200이닝 이상 던지고 있지만, 과연 그게 중요한지 모르겠다. 앤디 페티트는 200이닝을 거의 던지지 않았지만, 그만큼 플레이오프에서 이겼다. 어떤 비결이 있을 것"이라며 "양키스에서 뛰는 이상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팀을 위해서라도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겠다"는 말로 우승을 목표로 설정했다.
매년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구로다. 은퇴 고민을 딛고 일어선 그가 월드시리즈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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