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포지션이다. 불펜 투수들 이야기다. 그러나 연봉협상에서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매년 터져 나오고 있다. 2014년 연봉협상에서도 그런 불만은 유효하다.
이번 연봉협상은 전반적으로 스타급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적이 좋은 팀들일수록 그랬다. 그 중 마운드에서는 마무리 투수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좋은 활약을 펼친 클로저들은 대부분 연봉이 확 뛰었다.
지난해 46세이브를 기록하며 구원왕을 차지한 손승락(넥센)은 2013년 연봉 2억2000만 원에서 1억7000만 원이 인상된(65.4%) 4억3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손승락은 3승2패46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이라는 개인 최고의 성적을 냈다. 이 기록은 봉중근(LG)이 뛰어 넘었다. 봉중근은 지난해 1억5000만 원에서 정확히 세 배가 뛴 4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역시 지난해에 눈부신 활약을 인정받은 수치다.

그 외 김성배(롯데)는 지난해 1억500만 원에서 81%가 오른 1억9000만 원에 재계약했다. 롯데가 4강에 진출하지 못해 전반적인 선수단의 인상폭이 적었음을 고려하면 박한 인상률은 아니었다. 그간 오승환(현 한신)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았던 마무리 투수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추세로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불펜 투수들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마무리투수 못지않게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연봉협상에서는 선발이나 마무리들에 밀리기 일쑤다. 지난해 홀드 1위였던 한현희(넥센)가 종전 5000만 원에서 7500만 원 인상된 1억2500만 원에 재계약하며 따뜻한 겨울을 보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만족스러운 금액이 아니거나 협상 과정이 더뎠던 경우도 보인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동현(LG)이다. 이동현은 지난해 LG의 불펜에서 핵심적인 몫을 해냈다. 던지고 또 던지며 봉중근과 함께 LG의 뒷문을 책임졌다. 대폭적인 연봉 인상이 기대됐다. 하지만 8500만 원에서 100%가 오른 1억7000만 원에 결국 도장을 찍었다. 봉중근의 인상률 200%의 딱 절반이다. 물론 이동현의 고과가 봉중근보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선수의 기대나 일반적인 예상에는 못 미쳤다.
무려 74경기에 모습을 드러내며 투수 중 최다 경기 출장을 기록한 이명우(롯데)도 9000만 원에서 44.4% 인상된 1억4000만 원을 받았다. 롯데 상황에서 높은 인상률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역시 김성배의 인상률(81%)에 절반 정도였다. 고과가 숨겨진 공헌도를 모두 잡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지난해에도 몇몇 중간 투수들의 대우 문제는 논란이 됐었다. 리그 최고의 미들맨이었던 박희수(SK)의 연봉은 7000만 원에서 1억7000만 원으로 올랐으나 몇몇 중간 투수들은 박희수의 연봉 계약 소식을 전해들으면서 씁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더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SK가 삼성과 함께 불펜투수들에 대한 대우가 가장 좋은 팀임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고 중간 투수들의 연봉계약은 나머지 중간 투수들의 계약에도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매일 대기해야 해 스스로를 ‘3D 보직’이라고 한탄하는 이들의 숨은 공헌도는 언제쯤 온전히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각 구단별로 중간 투수들에 대한 공헌도를 현실화시키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지만 그 시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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