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나는 성적은 눈에 띄지 않는다.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추진하는 이유가 있을 법하다. LG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외국인 타자 조시 벨(28)을 보는 야구계의 시각이다.
LG는 현재 외국인 선수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재계약을 확정지은 레다메스 리즈를 제외하면 나머지 두 자리가 비어 있다. 다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야수 하나, 투수 하나와 합의에 이르렀고 행정적인 절차만 남아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다.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 두 선수를 동시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 측도 이에 대해 특별히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 중 야수 쪽은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현재 LA 다저스 소속인 내야수 조시 벨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 먼저 소문이 나왔고 LG도 확답만 하지 않은 채 대략적인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선수 중에는 젊은 축에 속하는 벨은 지난 2010년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내야 자원이다.

다만 성적은 특별하지 않다. 루크 스캇(SK), 에릭 테임즈(NC), 호르헤 칸투(두산) 등 어느 정도 명성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오는 선수들과 비교하면 초라하기도 하다. 벨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MLB에서 뛰며 통산 100경기에서 타율 1할9푼5리, 출루율 2할2푼3리, 장타율 2할6푼5리를 기록했다. 홈런은 4개, 타점은 22점이었다.
어린 시절 인정받았던 잠재력을 모두 터뜨리지는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도 743경기에서 타율 2할7푼9리, OPS(출루율+장타율) 0.816, 106홈런, 448타점으로 아주 뛰어나지는 않다. 2013년 한 때는 소속팀을 찾지 못하는 우여곡절 또한 있었다. 이런 벨의 영입설에 팬들이 우려의 시각을 보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LG가 아무런 생각 없이 벨 영입을 추진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당초 국내 구단 스카우트들은 대부분 도미니칸 윈터리그를 찾아 외국인 선수를 물색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선수들이 국내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벨의 이름은 그 때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이 계약한 야마히코 나바로가 몇몇 구단들의 주목을 받은 것과는 대비된다. 당시 도미니카를 찾았던 한 관계자는 “벨의 이름은 생소하다”라고 전했다.
그런 상황에서 LG가 다른 후보군을 제치고 벨을 낙점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구단 스카우트팀 관계자는 “각 구단의 사정이 다른 것처럼, 각 팀 스카우트들이 보는 외국인 선수의 기량이나 잠재력도 모두 다르다”라면서 “명성은 있는 선수들 중 한국에 오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기량이 떨어지는 시점이다. 칸투나 스캇이 맹활약을 펼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벨이 LG에 뭔가의 잠재력을 어필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외국인 선수가 얼마나 중요한가. 허투루 계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의 주 포지션은 3루였지만 1루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루에는 정성훈이, 지명타자는 이병규가 버티고 있어 일단 김용의와 1루에서 주전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정성훈과의 유기적인 자리 교환도 가능하다. 여기에 어쨌든 스위치 타자다. 포지션상으로는 일단 쓸모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LG도 “이름값보다는 잠재력이 있고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다”며 구단의 선발 기조를 설명했다. 그 잠재력을 보는 눈이 얼마나 뛰어났는지에 따라 LG의 외국인 농사도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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