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보직을 떠나면서 다소간의 아쉬움을 토로했던 이용찬(25, 두산)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용찬에게 다시 마무리라는 중대한 책임이 찾아올 조짐이다. 이용찬이 건강하게 복귀해 두산의 수호신이 될 수 있을지 큰 기대가 걸리고 있다.
송일수 감독 체제로 2014년을 맞이한 두산은 9일 시무식을 갖고 2013년에 남겼던 아쉬움을 털어내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겨우 내내 팀에 변화가 있었던 만큼 송일수 감독의 각오는 사뭇 비장하기까지 하다. 송 감독은 “목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마지막에 팬들과 축배를 들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우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 우승에 이르기 위한 가장 중요한 퍼즐이 이용찬이다. 송 감독은 올해 팀 구상에 대해 “투수는 이용찬,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된다”라고 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건 이용찬이 마무리를 해주는 것이다. 이용찬은 힘과 능력이 있는 선수다. 책임감이 막중한 포지션인데 잘 이해해서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송 감독은 이미 이용찬과의 개인 면담을 통해 마무리 보직을 맡길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의 마무리는 지난해 혼란의 연속이었다. 2012년 팀의 마무리였던 스캇 프록터와 결별한 두산은 국내 선수들에게 마무리를 맡겼으나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수가 없었다. 베테랑 정재훈이 14세이브를 기록한 것이 팀 내 최다 세이브였다. 그 외 오현택 홍상삼(이상 5세이브) 윤명준(4세이브) 등이 모두 경기 마지막에 등판한 경험이 있다. 정재훈이 분전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송 감독은 그런 두산의 해결책으로 이용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고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이용찬은 마무리 경험이 있는 선수다. 지난 2009년 26세이브, 2010년 25세이브를 거뒀다. 2011년부터는 선발로 보직을 변경하며 성공을 거두기도 했으나 2012년까지도 마무리 보직에 대한 욕심이 있다고 말한 이용찬이었다. 그런 이용찬이 다시 마무리로서의 기회를 얻은 것이다.
빠른 공, 그리고 리그 최정상급의 포크볼을 갖춘 이용찬은 마무리로서의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험까지 갖췄다. 결국 관건은 몸 상태다. 2013년 초 팔꿈치에 손을 댄 이용찬은 지난해 막판 복귀했으나 자신의 정상 기량은 찾지 못하고 5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공백기가 아주 길지는 않았던 만큼 올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용찬이 두산의 뒷문을 막는다면 두산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였던 부분이 해결된다. 선발과 불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깨의 짐이 무겁다. 이용찬이 마무리 보직에 대한 자신의 기대치를 채우면서 팀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 2014년 두산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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