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 재활캠프를 실시했던 SK가 또 한 번의 의미 있는 시도를 펼친다. 이번에는 사이판 재활캠프를 진행한다. 재활 선수들의 원활한 훈련이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육성 및 재활 시스템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팀의 의지가 잘 읽히는 대목으로 풀이할 수 있다.
SK는 10일 구단 공식 발표를 통해 소속 선수 8명이 오는 15일부터 사이판 재활캠프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SK는 이미 지난해 12월 괌에 재활캠프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국군체육부대 입소를 위해 중도 귀국한 정영일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한 달 가까이 따뜻한 괌에서 재활에 매진했다. 이 중 김성현 박승욱 윤석주는 목표로 했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구단에서는 이런 성과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별도의 재활캠프를 차린다. 괌 멤버 중 아직 재활이 더 필요한 이승호 엄정욱 전병두 이명기에 부상으로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윤길현 이재원 한동민 오수호가 추가됐다. 김경태 재활코치가 직접 선수들을 챙긴다. 전지훈련 기간에 별도의 재활캠프를 차린 것은 SK 구단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SK가 재활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구단의 의지와 현장의 목소리가 적절히 섞인 결정이다. SK는 최근 육성 파트에 대대적인 손을 보는 동시에 재활 시스템도 재정비하고 있다. 수많은 부상자들에 신음했던 SK로서는 생존을 위한 방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추위 때문에 재활훈련을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만큼 따뜻한 곳에 별도로 캠프를 마련해 선수들을 돕는다는 취지다. 괌 캠프의 성과가 좋았던 것도 SK가 이번 캠프를 급히 계획한 배경 중 하나다.
현장에서도 재활선수들은 따로 분류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코치 생활을 한 이만수 SK 감독은 전지훈련 때부터 실전에 준하는 훈련을 하는 메이저리그식 전지훈련 스타일을 고수한다. 휴식일도 짧다. 그간 SK는 재활선수들이 일단 캠프에 합류해 별도의 공간에서 재활을 진행했지만 이런 여건에서는 재활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SK의 한 관계자는 “괌에서 선수들이 기대 이상의 회복 속도를 보였다. 확실히 따뜻한 곳에서 하니 효과가 있었다. 괌에서의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이번 캠프를 계획했다. 현장에서도 재활조 분리를 원하는 상황이었다”라고 캠프를 열게 된 취지를 설명한 뒤 “육성도 중요하지만 재활은 좀 더 단기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파트다. 예정에 없던 지출이지만 캠프 참여 선수들이 건강하게 복귀한다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비용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재활캠프는 사이판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이판 캠프는 한 달 남짓 진행될 예정인데 여기서 몸 상태가 좋아지는 선수들은 2월 12일부터 열리는 일본 오키나와 2차 전지훈련으로 넘어간다. 나머지 선수들은 SK의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이 열리는 중국 광저우로 떠나 또 한 번의 재활캠프를 차리게 된다. SK는 8명의 선수 중 전병두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이 스케쥴에 따라 시즌 전 어느 정도의 몸 상태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의 적극적인 투자가 시즌 중반 어떤 효과로 되돌아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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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플로리다 전지 훈련 당시 SK 선수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