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서 주인공과 대척점에 서고 갈등을 유발하는 이들을 악역이라고 보면, ‘미스코리아’ 이미숙은 분명히 이연희와 갈등을 벌이는 존재로 선보다는 악에 가깝다. 허나 미스코리아 메이커라는 자부심과 경쟁에 있어서 비열한 술수를 벌이지 않는 대쪽 같은 성격은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만든다. 더욱이 1990년대 후반을 걸어다니는 듯한 이미숙의 완벽한 인물 설정은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의 현실성을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미숙은 ‘미스코리아’에서 미스코리아를 여러 배출한 퀸미용실 마애리 원장을 연기한다. 애리는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후배 양성을 통해 퀸미용실을 전국 상위 톱 미용실로 키워낸 입지전적인 인물. 인재를 보는 탁월한 감각, 미스코리아에 대한 축적된 노하우는 그의 도움을 받으면 미스코리아가 되는 미스코리아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이연희 분)은 애리의 가슴성형 종용을 거부하고 첫사랑 김형준(이선균 분)과 손을 잡은 상황.
애리의 전문적인 노하우가 없는 가운데 맨몸으로 부딪히는 지영에게는 험난한 고난길이 펼쳐지고 있다. 애리가 교육한 미스코리아 후보들은 전문적인 방법으로 경연장에서 자신감이 넘치지만, 지영과 그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는 형준의 방식은 어설프기 그지 없다. 때문에 애리는 지영이 미스코리아가 되는데 큰 걸림돌 같은 존재로 여겨질 수 있지만, 공감을 주무기로 내세우는 ‘미스코리아’는 단순한 갈등 구조를 보이고 있지 않다.

지난 9일 방송된 8회는 애리가 홀로 고군분투하는 지영을 돕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이날 애리는 자신의 품을 떠났기에 더더욱 미스코리아 되면 안되는 지영에게 무심한 듯 뒤태가 예뻐 보이는 자세를 가르쳐줬다. 이미 앞서 형준은 애리에게 지영이 미스코리아 무대에서 해야 할 머리스타일과 의상을 한수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던 상황. 애리는 자신의 비법이 공개될 위험이 있는 가운데서도 지영을 미스코리아 본선 무대 5분 전을 예상해 완벽한 화장과 머리스타일로 가꿨다.
물론 형준에게 지영과 같은 원석을 완벽한 보석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라는 강한 일침을 가했지만, 지영의 꼼수를 모르는 자신감은 시청자들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날 방송에는 애리가 지영을 전국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여지가 그려지며 시청자들을 또 한번 애리의 눈과 입에 집중하게 했다. 이날 서울 진이 된 임선주(강한나 분)가 산모가 모유수유 중에 젖을 마르게 하기 위해 마시는 엿기름물을 복용하는 것을 포착한 것도 애리였다.
선주가 탈락하면 공동 4위인 지영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오는 것. 애리가 지영을 도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차가우면서도 언제나 지영에게 따뜻한 조언과 지지를 했던 애리이기 때문에 지영을 도울 구원천사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처럼 애리는 ‘미스코리아’에서 미스코리아가 돼야 하는 지영과 그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는 형준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 카리스마가 넘치는 철의 여인인데, 어쩐지 존경할 수밖에 없는 꼿꼿한 자신감은 시청자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미숙은 그가 아니었으면 누가 이 역할을 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애리라는 인물을 완벽히 표현하고 있다. 미모와 통찰력, 사람을 이끌어가는 힘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애리는 이미숙의 딱 맞아떨어지는 이미지와 캐릭터 설정으로 ‘미스코리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1990년대 후반을 보는 듯한 다소 과한 화장과 머리스타일로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이미숙은 MBC 일일드라마 ‘빛나는 로맨스’에서는 인자한 어머니로 ‘미스코리아’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카리스마와 인자한 어머니를 오가며 종횡무진하는 철의 여인 이미숙이 있어 안방극장이 즐겁다.
jmpyo@osen.co.kr
'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