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면서 다양한 일을 접한다. 그 과정에서 교훈을 얻는다. 하지만 그 교훈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법 다르다. 지나치는 사람도 있고, 뼈에 새기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보통 후자가 성장과 진화라는 단어와 마주한다. 류현진(27, LA 다저스)은 후자였다.
메이저리그(MLB) 진출 첫 해였던 지난해 14승을 거두며 최고의 활약을 펼친 류현진은 두 달이 조금 넘는 국내 체류 기간을 모두 마치고 1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지난해 10월 29일 귀국해 휴식과 개인 일정, 그리고 몇몇 공식 일정을 소화한 류현진은 “2년차 징크스라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잘 하겠다”라는 각오와 함께 다시 결전의 땅으로 떠났다.
지난해에 비하면 2주 가량 빠른 출국이다. 물론 포스팅 절차 등 상황이 올해와 똑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미 귀국 당시부터 “올해보다 좀 더 빨리 출국해 몸을 만들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한국 생활이 편안하고 익숙할 법도 했지만 일찌감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이다. 데뷔 첫 해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류현진의 의지가 읽힌다.

14승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레이스까지 등장한 류현진이었다. 누가 뭐래도 성공적인 한 해였다. 팀 애 입지도 1년 사이에 확 바뀌었다. 조금은 여유를 부릴 법도 하다. 하지만 냉정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1년 동안 몸으로 느낀 류현진은 더 부지런한 자세로 2014년을 바라보고 있다. 느낀 점이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 초반에는 몸 상태가 부족했다”라고 돌아봤다. 계약과 기타 일정 등으로 훈련 시작이 늦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가뜩이나 올해 LA 다저스는 호주 개막전 일정으로 다른 팀들보다 더 빨리 시즌을 시작한다. 확실한 3선발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방심은 금물인 만큼 몸을 빨리 만들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부터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류현진의 각오다. 지금 흘린 땀이 한 시즌을 이겨내기 위한 든든한 토대가 됨은 물론이다.
기술보다는 체력 위주로 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류현진의 기술적인 측면은 현지에서도 “문제가 없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한국에 비하면 빡빡한 일정, 그리고 이동거리와 시차 때문에 체력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한 시즌을 보냈다는 것이 류현진의 생각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훈련을 2주 가량 일찍 시작하고 체력을 비축하겠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교훈을 잊지 않았고 그 교훈대로 행동하고 있다. 2년차 전망도 밝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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