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국인선수는 웬만한 이름과 경력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어렵다. 두산 호르헤 칸투, SK 루크 스캇, 로스 울프, NC 에릭 테임즈, 태드 웨버, KIA 브렛 필, 데니스 홀튼, 삼성 J.D 마틴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대어급 선수들이 몰려왔다.
때문에 LG의 새로운 외국인선수 영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실망과 불안이 가득하다. LG는 지난 9일 스위치히터 내야수 조시 벨(28) 우완 투수 코리 리오단(28) 영입을 발표했다. 두 선수 모두 이름값이 높거나 기록이 아주 뛰어나지 않다. 타팀의 선수들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에 대해 LG도 할 말이 있다. 에이전트에만 의존하는 대신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스카우트 팀을 해외로 보내며 시장을 물색했기 때문이다. LG는 지난 3년간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의 활약으로 외국인선수 부담이 없었지만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해외 시장을 꾸준하게 체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벨과 리오단이다. 두 선수 모두 2년 전부터 LG가 관심을 갖고 지켜본 영입 대상이었다. 단순히 서류상에서 나타나는 기록보다는 두 선수가 갖고 있는 실질적인 가능성에 주목했다. LG에서는 "경력이나 이름값으로 보면 이들보다 나은 선수들이 있지만 그보다는 실속과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벨의 경우 LG 팀컬러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잠실구장에서 많은 홈런을 때리기 어렵고, 거포보다는 중장거리 스타일에 포커스를 맞췄다. 거포 스타일의 선수는 모 아니면 도로 위험 부담이 크다. 아직 나이가 젊고, 운동능력도 좋아 성장 가능성도 고려했다. 3루-1루를 모두 볼 수 있어 활용도 높다는 게 LG의 설명.
리오단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트리플A에서 25경기 4승6패 평균자책점 6.75로 부진했지만, 그를 꾸준히 지켜본 LG 생각은 다르다. 선발-구원을 오가며 밸런스가 무너졌을 뿐 구위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110km대 느린 커브, 130km대 파워 커브에 제구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LG에서는 지금 당장 실망하기보다 이들의 가능성과 의지를 바라봐 주길 바랐다. 벨과 리오단 모두 미국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고, 한국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는 후문이다. LG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적응력과 한국에서 하고자 하는 의지도 중요하다. 억지로 데려온 선수보다는 의지있는 선수가 낫다는 점도 고려했다. 두 선수 모두 성실하고, 성격도 좋아 국내 선수들과 아주 잘 어울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직 뚜껑은 열리지도 않았다. 벌써부터 실망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과거 이름값과 경력만 쫓다 낭패를 본 LG는 페이퍼워크와 에이전트가 보낸 비디오믹스에 의존하는 대신 직접 현지에서 발로 뛰어가며 움직였다. LG의 노력과 선택이 빛을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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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리오단. 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