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두산은 골든글러브 4개를 휩쓸면서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랬다. 당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선수 가운데 다니엘 리오스와 이종욱은 이미 팀을 떠났고, 김동주와 고영민만 팀에 남아있다. 김동주는 타율 3할2푼2리에 19홈런 78타점으로 중심타선을 지켰고, 고영민은 타율 2할6푼8리 12홈런 66타점에 화려한 수비로 2루수의 새로운 개념을 정립했다.
한때는 팀의 핵심전력이었던 김동주와 고영민이었지만 작년에는 전력에서 열외,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2012년 66경기에만 출전, 입지가 좁아졌던 김동주는 지난 해 급기야 28경기에만 나서 타율 2할5푼6리 1홈런 9타점에 그쳤다. 화수분 야구는 김동주에게 치명적이었는데, 젊은 선수들이 훌륭하게 활약을 펼치며 1군에서 그가 설 자리는 좁아졌다.
고영민 역시 힘든 시즌을 보냈다. 작년 고영민은 2002년 이후 가장 적은 10경기에만 출전하는데 그쳤다. 몸상태에 딱히 문제가 없었지만, 좀처럼 1군에 올라올 기회가 오지 않았다. 퓨처스리그에서는 외야수로 전향까지 하면서 고타율(.391)을 기록했지만 시즌 초에만 잠시 1군에 머물렀을 뿐 고영민은 줄곧 이천에만 있었다.

2013 시즌이 끝난 뒤 두산은 격변을 맞았다. 김진욱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 그리고 송일수 감독의 선임이 이어졌고 FA 3인과 김선우, 임재철은 팀을 떠났다. 여기에 윤석민과 장민석의 트레이드로 팀내 전력 지형도까지 바뀌었다. 신임 송일수 감독은 작년까지 퓨처스리그 감독을 맡았기에 주로 2군에서 시간을 보낸 김동주와 고영민을 누구보다 오랜 시간 눈여겨봤을 터. 과연 2014년에는 이들의 봄이 올까.
송 감독은 9일 시무식에서 편견없이 김동주와 고영민의 기량에 따라 기용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송 감독은 취임 당시 FA 선수 3인이 빠져나가 1000타석(이종욱 456, 손시헌 268, 최준석 263)이 비는데 젊은 선수들로 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는 "올해 고영민이 부활해서 (부족한 타석) 공백을 메워줬으면 한다"고 여전히 기대를 놓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때는 '2익수'라고 불리기도 했던 고영민이지만 작년 퓨처스리그에서는 중견수 전향을 시도하기도 했다. 고영민의 중견수 출전을 지켜보기도 했던 송 감독이지만 "올해 우리 팀 외야수가 줄었지만 (고영민의) 외야 전향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되도록이면 내야를 보게 할 것인데 윤석민이나 최준석의 자리를 메워줬으면 한다. 가장 좋은 건 2루수를 보는 것이겠지만, 경쟁을 벌이다가 밀리면 다른 포지션으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영민은 송 감독 아래에서 일단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송 감독은 고영민에 대해 원래 자리였던 2루수는 보장할 수 없지만,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전천후로 기용할 뜻을 내비쳤다.
또한 송 감독은 김동주에 대해서는 "경기에 나갈 수 있는 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취임식에서 이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던 송 감독은 "선수 본인이 자기 포지션을 찾는 것이다. 일단 캠프에 가서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보고가 올라온다면 시범경기부터 기용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는 프로데뷔 후 처음으로 2군 전지훈련지인 대만으로 떠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가능성을 보여줘야만 시범경기에서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작년 고참선수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좋은 팀의 조건은 선수들의 신구조화인데, 현재 두산 야수진에서는 주장인 홍성흔 정도만 고참선수라고 할 수 있다. 두산 역시 김동주와 고영민의 부활이 절실한 상황, 과연 이들이 올 봄 부활의 찬가를 노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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