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김종민(40) 대한항공 감독에게 '배구는 세터놀음'이라는 말이 올 시즌보다 더 사무치게 다가온 적은 없을 것이다.
대한항공이 세터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1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우리카드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18-25, 20-25, 19-25)으로 완패했다. 대한항공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패배였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카드보다는 대한항공이 조금 더 절박한 승부였다. 단판으로 치러지는 준플레이오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3, 4위간 승점차가 3점 이내여야하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3위 우리카드와 4위 대한항공과의 승점차는 6점. 4, 5라운드가 남아있다고는 해도 맞대결에서 승점 3점을 고스란히 헌납한다면 준플레이오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말 그대로 승점 6점짜리 경기였던 셈이지만, 대한항공은 맞대결 3연패를 기록하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지난 러시앤캐시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김종민 감독의 고민을 한시름 덜어주는가 싶었던 조재영이 이날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조재영은 1세트서 좀처럼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못했다. 2세트서 백광언을 대타로 기용해보기도 했으나, 세터난은 끝까지 대한항공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 개막 전까지는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대한항공의 추락은 주전 세터 한선수(29)의 갑작스러운 군 입대가 결정되면서 시작됐다. 한선수가 입대하자 그동안 백업 세터였던 황동일(28)에게 주전 세터의 중책을 맡겼지만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백광언(26)과 조재영(23)을 번갈아 기용하며 타개책을 찾아봤지만, 한선수의 대체자를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터난에 발목을 잡힌 대한항공으로서는 주포 마이클과 가장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는 선수가 주전 세터가 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때문에 지난 러시앤캐시전에서 두각을 보인 신인 조재영이 김 감독의 낙점을 받았다. 비록 이날 경기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김 감독은 "한국전력전도 조재영이 선발로 나간다"며 앞으로 주전 세터로 조재영을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V리그 남자 7개구단 중 세트 부문 상위 6위권 안에 단 한 명도 포함되지 못한 대한항공을 구해내야하는 막중한 임무가 조재영에게 주어졌다. 과연 신인 세터 조재영이 추락하는 대한항공을 막아낼 수 있을지, 올 시즌의 반환점을 돈 V리그가 더욱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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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