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던 알렉스 로드리게스(39, 뉴욕 양키스)가 선수 생명의 중대한 고비를 맞이했다. 금지 약물 복용 혐의를 받고 있는 로드리게스에게 162경기 출전 정지라는 역대 최대의 징계가 떨어졌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로드리게스의 징계가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항소를 거쳐 중재위원회까지 갔던 이번 공방은 162경기 출전 정지라는 징계로 마무리됐다. MLB 한 시즌이 162경기라는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여기에 로드리게스는 소속팀 뉴욕 양키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라도 경기에 뛸 수 없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1월 언론에 보도된 ‘바이오 제네시스 스캔들’의 최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당초 혐의를 부인했으나 결국 이 보도가 사실로 드러나면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월에는 211경기라는 역대 징계가 결정되기도 했다. 로드리게스는 이를 불복하고 항소해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지만 결국 조정관인 프레드릭 호로위츠는 로드리게스의 징계를 당초 211경기에서 약간 줄인 162경기로 확정지었다.

이는 금지약물 및 마약 복용 관련된 징계로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 가장 긴 징계는 1992년 스티브 하우(당시 뉴욕 양키스)가 지속적인 코카인 복용 혐의로 받은 119경기 출전 정지였다. 2위는 지난해 8월 금지약물의 일종인 암페타민 복용이 들통난 미겔 테하다(캔자스시티)로 105경기였다. 지난해 8월 65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은 라이언 브런(밀워키) 등 같은 스캔들에 연루된 12명의 선수들에 비해도 로드리게스는 더 강한 징계를 받았다.
항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청난’ 대형 징계가 떨어진 것에 대해 미 현지에서는 두 가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재범’이라는 점이다. 로드리게스는 지난 2009년 초 텍사스 시절이었던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금지약물과 가까이했다는 것을 시인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이런 전과를 생각하면 한 번은 몰라도 두 번은 용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두 번째로는 로드리게스가 이 스캔들의 핵심이며 ‘브로커’ 임무까지 수행했다는 의혹을 조정관 측이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정관의 결정인 만큼 이 징계는 사무국 차원의 확정이다. 가처분 신청 등을 할 수 있으나 확실한 증거 등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로드리게스의 마지막 희망은 연방 법원의 판결이다. 연방 법원에서 이 징계를 무효화할 경우 로드리게스는 그 시점부터 당장 경기장에 복귀할 수 있다. 로드리게스 측도 이번 결정에 불복하며 연방 법원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로드리게스의 복귀 시점이 2014년 중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임을 감안하면 선수생명의 직격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MLB 선수협회 측도 "일단 판결을 존중한다"라고 말하며 비껴난 것도 부담이다. 한편 뉴욕 양키스는 연방 법원에서 이 판결을 뒤집지 않는 이상 올해 로드리게스의 연봉인 2500만 달러(약 265억 원)를 아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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