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의 외인타자’ 누가 잘 뽑았을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12 07: 48

외국인 선수 확대 시행의 효과로 9명의 외국인 타자가 한국 땅을 밟는다. 투수력 위주였던 최근 한국프로야구의 흐름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시선이 크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잘 뽑았을까. 정확한 것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각기 다른 개성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경력에 주목한 팀도, 팀 내 효율성에 주목한 팀도 있다.
올해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이 3명 등록, 2명 출전(NC 4명 등록, 3명 출전)으로 바뀌고 3명을 동일 포지션 선수로 뽑을 수 없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9개 구단이 모두 외국인 타자 한 명씩을 영입했다. 최근 5년간 급격히 사라지고 있었던 외국인 타자들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각 팀의 라인업도 적잖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좋은 활약을 보인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일이다. 실패할 경우 팀의 골칫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투수들이 외국인 시장에서 득세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효율이 더 컸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타자들보다는 투수들이 더 성공 확률이 높았다는 점도 한 몫을 거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각 구단들은 지난해 말부터 해외에 스카우트들을 파견해 외국인 타자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투수들보다는 가지고 있는 리스트가 적어 꽤 애를 먹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에이전트들의 인맥까지 총동원한 팀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 이름값으로 압도, 적응력이 과제
지금까지의 성적이 꼭 올해의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수준급 이름값을 가진 선수들을 영입한 팀들이 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일단 루크 스캇(SK), 호르헤 칸투(두산), 에릭 테임즈(NC)의 이름이 가장 눈에 띈다는 평가다. 스캇은 메이저리그(MLB) 통산 135홈런을 친 선수다. 지난해까지 MLB 무대에 뛰었다. 영입 당시에는 많은 팬들이 귀를 의심했을 정도다. 칸투도 최근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통산 104홈런을 기록한 거포 유형의 선수다. 두 선수는 MLB 팬들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스캇과 칸투가 내리막에 있는 선수라면 아직 전성기에 있을 나이인 테임즈도 올해 최고 외국인 타자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 스캇과 칸투보다는 누적 기록이 다소 떨어지지만 지난해에도 휴스턴의 40인 로스터에 있었고 기동력과 장타력을 모두 겸비한 선수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펠릭스 피에(한화)도 MLB 경력이 있고 중견수 수비가 가능하며 빠른 발을 가졌다는 점에서 한화의 취약 지점을 메워줄 자원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만 가장 근래의 외국인 타자였던 라이언 가코(전 삼성)의 사례를 생각하면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가코도 MLB 경력이 463경기에 이르고 통산 2할7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이름값이 있는 타자였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서는 적응에 실패한 끝에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결국 적응력이 문제로 보인다. 팀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것도 당면과제다.
▲ 의외의 히트작은 나올까
MLB 경력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다른 구단 외국인 타자보다는 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껏 수많은 사례들은 경력보다 적응력, 그리고 구단과의 궁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런 교훈을 기억하고 있는 몇몇 팀들은 잠재력과 활용성, 그리고 구단의 필요성 등 다각도를 고려한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역대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뽑히는 타이론 우즈도 MLB 경력은 없었다.
구단의 아킬레스건을 가려줄 선수들에 우선 관심이 모이고 있다. 루이스 히메네스(롯데)는 마이너리그에서 장타력을 인정받은 선수로 이대호(현 소프트뱅크) 홍성흔(두산)의 연쇄이탈로 고민하던 롯데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선수다. 브렛 필(KIA) 역시 MLB 경력은 특별하지 않으나 마이너리그에서는 충분히 잠재력이 입증된 선수로 KIA 중심타선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다. 두 팀은 지난해 중심타선이 몇몇 문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두 선수가 평균 이상의 활약을 한다면 그 효과는 타 팀에 비해 더 클 수 있다. 
경력상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효율적인 영입이 될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삼성은 야마이코 나바로를 영입해 내야를 채워 넣었다. 무엇보다 가장 근래 스카우트들이 눈으로 확인한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외야와 지명타자 자리가 포화 상태인 삼성으로서는 나바로의 영입이 포지션 효율성 측면에서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다.
외국인 타자 영입전서 막차를 탄 조쉬 벨(LG)은 마이너리그 시절 유망주로 평가됐던 선수로 중장거리 타자 유형에 수비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시 외야와 지명타자 자리가 찬 LG에서는 포지션 효율성을 꾀할 수 있다. 김기태 LG 감독이 최종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넥센이 영입한 비니 로티노는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뛰어본 경험이 있다. 미국과 동양야구의 야구 스타일이 분명 다른 만큼 다른 선수들보다는 적응력 차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ullboy@osen.co.kr
루크 스캇(위, SK 와이번스 제공). 브렛 필(아래, MLB 사무국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