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실수죠. 그래서 고꾸라진 것이에요”
김경태(39) SK 재활코치의 기억은 지난해 봄으로 향하고 있었다. 재활에 한창이던 베테랑 투수 이승호(38)와 연관된 추억이었다. 부상으로 1년을 쉰 이승호는 좋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김 코치와 1년 동안 붙어 재활에 매진한 덕이었다. 김 코치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승호에게서 너무나도 좋은 그림을 봤다. 제 3의 전성기가 올 것이라 확신했을 정도”라고 떠올렸다.
그러나 이승호는 2013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좋았을 때 소위 말하는 ‘오버 페이스’를 한 것이 문제였다. 고지가 눈앞에 보이자 선수도, 코치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누적된 결과 결국 몸은 앞서 나가는 마음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렇게 이승호는 다시 기약 없는 재활에 들어갔다. 김 코치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다 내 실수다. 승호는 나 때문에 고꾸라진 거다. 그 때 참 가슴이 아팠다”라고 한없이 자책했다.

2012년부터 SK의 재활코치로 재직하고 있는 김 코치는 SK 재활선수들에게는 형이자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현역 시절 부상 등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적이 있는 김 코치이기에 재활선수들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안다. 재활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몸이 아픈 것이 아니다. 기약 없는 재활, 그리고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의 좌절로 긁히고 긁힌 마음이 더 아프다. 그렇기에 진솔한 마음으로 다가선다. 이승호 전병두 엄정욱 등 재활자들이 그런 김 코치와 의기투합해 몸을 만들고 있다.
그런 김 코치가 이승호의 사례를 떠올린 것은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서다. 김 코치에게 중책이 주어진 상황에서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는 것이다. SK는 오는 15일부터 한 달간 소속선수 8명(이승호 엄정욱 윤길현 전병두 이재원 이명기 한동민 오수호)이 사이판에 재활캠프를 차린다. 전지훈련 기간 중 별도의 해외 공간에 재활캠프를 여는 것은 구단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인원들을 인솔하는 임무가 김 코치에게 주어졌다.
1군 캠프는 아니지만 이 선수들은 모두 올해 SK에서 큰 기대가 걸리는 선수들이다. 이번 캠프 기간 동안 최대한 몸을 만들어야 시즌 중 활용이 가능하다. 김 코치가 누구 못지않은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그래서 김 코치는 이승호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김 코치는 “몸은 트레이닝코치들이 만져주지만 심적으로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내 책임이다. 오버하는 선수들은 좀 더 강하게 제지하겠다”라면서 굳게 다짐했다.
실제 재활캠프 참여자들 중 몇몇 선수들은 전지훈련에 가도 될 정도의 몸 상태는 갖추고 있다. 하지만 김 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오른 어깨가 좋지 않은 한동민이 대표적이다. 김 코치는 “한동민은 타격을 하라고 하면 할 것이다. 그러나 한동민은 어깨가 강한 선수다. 구단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프지 않아도 나중에 부상이 올 수 있다. 던지는 부분에서 매커니즘도 수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급할수록 돌아가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열렸던 괌 재활캠프의 좋았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는 것도 김 코치의 과제다. 하지만 김 코치는 “사이판에 가면 분위기는 더 좋을 것이다”라면서 “재활캠프가 잘 진행된다면 시즌 들어갈 때쯤이면 거의 대다수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몸 상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순수재활 선수 중 한 명만 올해 안에 1군에 올라가도 캠프는 성공이라고 본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재활대장’ 김경태 코치의 다부진 마음가짐 속에 SK의 올 시즌 전망도 밝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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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는 김경태 코치.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