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유상철), 예니(이영표), 써니(송종국) 오랜만이야!”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인공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거스 히딩크(67) 감독과 그의 제자들이 뭉친 것. 히딩크 감독이 제자들을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브라질 대표팀과의 친선경기 후 약 3개월 만이었다.
히딩크는 지난 9일 강남 모처의 병원에서 무릎수술을 받았다. 당시 히딩크는 홍명보 감독과 면담을 가졌지만 언론노출은 기피했었다. 이후 히딩크는 12일 오후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2002년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들인 윤정환, 유상철, 최진철, 이영표, 송종국, 이을용, 김태영을 비롯해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과 만나 오찬을 가졌다. 히딩크는 취재진 앞에도 오랜만에 밝은 모습을 드러냈다.

휠체어에 탄 히딩크가 등장하자 제자들은 걱정스런 마음에 먼저 안부를 물었다. 히딩크는 유니(유상철), 예니(이영표), 써니(송종국) 등 오랜만에 만난 제자들을 애칭으로 불렀다. 이제는 ‘아저씨’가 된 지도자들이지만 히딩크의 눈에는 아직도 제자들이 현역선수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무릎이 괜찮냐는 물음에 히딩크는 “현역시절에 유상철이 무릎이 안 좋았잖아? 지금은 괜찮냐?”면서 유상철의 무릎을 쓰다듬었다. 유상철은 멋쩍은 듯이 웃었다. 이후 히딩크는 “이영표는 은퇴를 했다면서?”라며 살갑게 이영표를 챙겼다. 히딩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후 박지성과 이영표를 아인트호벤으로 데려가 직접 지휘했었다.

히딩크와 제자들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은 앞서지만 정작 말이 통하지 않았던 것. 제자들도 답답해하면서도 누구 한 명이 쉽게 나서지 못했다. 이에 히딩크는 “여기서 누가 영어를 제일 잘하지?”라면서 통역사를 물색했다.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뛰고 은퇴한 이영표가 당첨됐다. 이영표는 히딩크와 취재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사로 나섰다.
하지만 이영표의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질응답이 원활치 않자 정몽준 회장이 직접 통역을 자청하고 나선 것. 이영표는 멋쩍게 웃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히딩크가 축사를 하자 또 이영표가 통역에 나섰다. 정몽준 회장 부부, 제자들은 "히딩크의 빠른 쾌유를 위하여"라면서 와인잔 건배를 제의했다.
현역시절 이영표는 ‘초롱이’라는 별명답게 지능적인 플레이로 유명했다. 은퇴 후에도 그는 축구행정가를 꿈꾸며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표의 '멀티플레이'는 2002년 월드컵이 12년 지난 뒤에도 여전했다.
jasonseo34@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