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에 주목할 만한 감독-배우 한 쌍이 나타났다. 영화 '청춘예찬'(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은 2040 세대의 성장기를 솔직하고 유쾌하게, 하지만 마음 한 켠이 찡하게 풀어낸 것과 더불어 남성들의 성문화에 대한 가감없는 표현, 유머와 페이소스의 공존으로 평단과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며 파라마운트 전 CEO에 대작 프로젝트 제의를 받기도 했던 최종운 감독은 '청춘예찬'으로 한국영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직접적으로 영화의 메시지를 드러내는 '애니멀'이란 당초 제목에서 보다 말랑말랑하고 감성 지수를 높인 '청춘예찬'으로 바뀐 영화는 현재 한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까지, 우리들의 삶을 '느낌있게' 그려냈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겪는 입시 전생, 대학, 연애, 군대, 취업전쟁, 그리고 결혼과 육아. 이 모든 것들을 감독은 청춘들에게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 생각했다고. 청소년 성장드라마가 있듯 영화는 청년 성장드라마라는 것이 감독의 자평이다. '청춘예찬'은 국내 한 유명 제작자에게 상업영화로 리메이크 하는 것을 제안받기도.

최종운 감독에게 돌직구와 은유를 넘나드는 연출력이 있다면,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태평 역을 꿰찬 배우 김남희에게는 20여년을 넘나드는 나이 대를 완벽하게 연기하는 유연함과 자연스러움, 따뜻한 호감형 이미지가 있다.
이 두 매력있는 두 남자들은 한국영화계가 보유한 감독-페르소나 짝꿍의 계보를 잇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청춘예찬' 이후 영화계에서 쏟아지는 각종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들의 시너지는 또 어떤 그림을 그려낼 지 궁금해진다. 훗날 이들에게 분명 중요한 발판이 될 '청춘예찬'은 감독, 배우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이들의 청춘, 그리고 영화에 대한 대담.
◇ 프로필
최종운 감독 : 1976년생. 2006년 영화 '블라인드 러브'로 시드니 플렉시프 국제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워싱턴 엘렌스버그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미국 티뷰론 국제 영화제 오슨 웰즈상 수상. '청춘예찬'으로 국내 영화계 데뷔. '인생은 아름다워'(가제, 기획 중)
김남희 : 1986년생. 연극 '오래된 아이', '생의 문턱', 영화 '시련' 등에 출연. 공개된 영화로는 '청춘예찬'이 본격 스크린 데뷔작.

- 서로의 첫 만남과 첫 인상을 이야기해달라
김 : 아는 선배 배우가 오디션을 하나 보고 왔다고 추천해 줬다. 서류를 넣는데 다음 날 바로 연락이 왔다. 감독님 스타일이 1000명이든 몇 명이든 다 일일히 보니까. 오디션 장소가 산 속 절 근처 컨테이너 박스였는데 많은 배우가 와서 실망하고 갔다더라. 주소도 없어 진짜 절을 찾아 산 속에 갔다. 생 겨울에 허름한 빨간 컨테이너 두 개가 있었는데 직감적으로 여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문 열기가 싫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으니까'란 생각과 함께 오디션이 밀도가 있다는 소문과 좋은 시나리오가 나를 붙잡았다. 어쨌든 내겐 경험과 훈련이니까. 다시 그 때로 돌아간 대도 후회없는 선택이다. 외관이 주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사실 내가 외관을 따질 형편이 아니었다. 하하.
최: 서류만 보면 '기'인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데 (김)남희 씨는 이미지가 태평에게 잘 맞았다. 태평에게 나름의 카테고리를 갖고 있었는데, 그게 배우 박해일과 하정우였다. 그것을 남희 씨가 둘 다 갖고 있었다. 목소리가 안정적이었고, 알 없는 뿔테 안경을 꼈는데 되게 엄친아 같더라. 그런데 안경을 벗자 날카로운 불량스러운 이미지가 나타나더라. 여러가지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태평이 아닌 종신 역을 준비했는데 둘 다 잘하더라.
김 : 그런데 사실 그게 의도된 거였다. 두 개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감독님께서 알아서 먼저 안경을 벗으라고 하시더라. 하하. (최 감독: 정말? 의도했던 거였어?) 네. 감독님은 되게 편한데 행동이 굉장히 솔직하고 꾸밈이 없다. 눈빛이나 말투에서 '이 분이 쉽지는 않겠구나'란 생각을 했다. 뭔가 안에 대단한 게 있는 게 느껴졌다.
최 : (기자 : 오디션장 외관을 보고 그냥 돌아간 사람들이 있었다니, 그 순간부터 배우들이 한 차례 걸러졌을 것이다. 그것이 오디션의 시작이었겠다) 맞다. 그게 다 오디션이었어. 남희 씨는 그걸 통과한거다. 하하.
- '청춘예찬'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최 : 친구 3명이 투자해줘서 만들어진 영화다. '헝그리' 정신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줘서 완성된 거지. 사실 오디션 장소였던 컨테이너에 대한 얘기가 내부적으로 좀 있었다. 외관을 보고 돌아가는 배우들도 분명 있을 수 있어서 서울 강남 쪽에 사무실을 임대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 임대료를 프로덕션에 써야지, 외관을 보고 돌아가는 배우라면 안 해도 좋다고 했다. 이미 거기서 안 오면 '아웃'인거다. 영화는 친구들끼리 술 한 잔 기울이다가 '진짜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보자'라고 해서 시작했다. 전혀 기획의도가 없었다. 다른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제작비는 몇 천 만원대였지만 배우 수, 신 숫자 등이 억대 로케이션과 다름 없었다. 로케이션만 80군데였으니까. 중간에 피치 못한 사건으로 찍은 분량의 상당수를 날리기도 하고, 예산 문제 때문에 여자 셋의 캐릭터를 포기하기도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다.
- 김남희는 20대 중반에 시나리오를 접했다. 얘기가 공감이 갔나?
김 : 3년 전 27살 때 처음 시나리오를 봤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전혀 어렵게 쓰지는 않는다. 그래서 읽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없다. 현실적인 이야기니까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아도 이럴 수 있겠구나, 이런 부분은 재미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 처음에는 내가 과연 2시간 가량의 장편영화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까란 부담감과 불안감이 컸는데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자연스럽게 부담감이 없어졌다. 그 다음부터는 '최선을 다하자'만 생각했다. 감독님을 믿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서히 감독님의 페르소나가 돼 가는 느낌이 들었다. 목소리도 저음이고 얼굴도 노안이라 도움이 되는 것도 있었다. 학창 시절에도 노역이나 아버지 역을 많이 했다.(웃음)
최 : 태평 같은 경우는 연기 폭이 커야 되고 감정선도 다양하게 변화돼 절대 쉬운 역은 아니다. 그래도 남희 씨가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웠다. 오랜시간 함께 작업하면서 서서희 내 페르소나가 돼 갔다.

- 연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김 :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집 앞에 연극 연습실이 하나 있었다. 그 곳에서 선생님이 5명 정도를 가르치셨는데 그 때 정말 많은 걸 배웠다. (이 자리를 빌어)이정용 선생님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는 영화 보고 배우 흉내내는 걸 좋아했다. 공부는 하기 싫고 운동도 딱히 싫어 폼으로 시작한 것과 다름없었는데, 이정용 선생님께서 연기를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셨다.
- '청춘예찬'으로 찾는 이가 많아졌다던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김 :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나 연로하신 배우들을 보면 그저 존경스럽다.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 이순재 선배님..나이가 있고 권위가 있는데도 배우로서 연기를 잘 하기 위해 누릴 수 있어도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누가 안 알아줘도 꾸준히 하는 배우들을 보면 정말 문화재 같은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진짜 연기 장인이기도 하지.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기자에게는 돈과 명예, 그리고 이미지가 연결돼 있는데 그것만 지키려는 배우는 되지 않을 것이다.
- 영화가 표현이 세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는데
김 : 단어 선택이 사실 세다는 느낌은 있었다. 마음이 약하거나 닫히는 배우들을 차단시킬 수는 있다. 남자 배우들에게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여배우들은 불편해하거나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것 때문에 시나리오가 주는 진짜 의미를 100% 이해하지 못하거나 모른다면 아쉽다.
최 :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세다는 반응이 많았다. 단어 선택 등에 여과가 없으니까. 근데 그게 잘못된 게 아니니까. (남희 : 속어들 아닌가요?) 아니야, 다 표준어야! 그런데 지금은 바뀌었다. 표현을 이제는 좀 예쁘게 한다. 왜냐하면 아닌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읽는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읽는 사람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길들여졌다. 물론 날 것의 매력이 덜해졌다고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 사실 태평이란 캐릭터가 여자들에게는 비호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많은 부분 상쇄하는 것이 김남희의 매력이다
김 : 실제로 태평이라는 캐릭터가 안 좋게 비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성 위주의 영화에서 태평이가 여자를 무시하거나 홀대하는 모습, 성적으로 타락한 모습 등이 반감을 사지 않을까 걱정했고, 지금도 걱정스럽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20대 초반의 여성 관객들이 태평이에게 그런 생각을 안 갖고 동정심으로 봐 주시더라. 극 중 태평이가 일이 잘 풀리면 욕을 많이 먹었을지도 모르지만 안 그러니까 그런 마음이 줄어든 것 같다.
최 : (기자 : 그걸 노린건가?) 그렇지. 카메라가 태평이의 사적 공간으로 들어가서 내면 심리를 보여주니까. 혼자 노래부르며 우는 장면도 그렇고.
- 바바리맨 등장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관객들도 꽤 있다
최 : 맥거핀으로 볼 수도 있는데, 바바리맨은 자존감이 땅바닥으로 떨어진 남자를 대변한다. 바바리맨 자체가 지금은 너무 성적인 범죄들이 많아서 혐오스럽게 느껴지지만, 사실 80~90년대에는 다소 코믹적인 캐릭터였다. 바바리맨은 한 마디로 관심받고 싶은 사람들이다. 바바리맨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한 편 봤는데 상급 공무원인 남자였다. 그가 회사에서 가정에서 존재감이 땅바닥이 떨어진거지. 그러다 어느 날 야유회를 가서 계곡에서 옷을 벗고 씻고 있는데, 저 멀리 위에서 놀고 있는 여자들이 자기를 힐끔힐끔 쳐다보더란다. 그 시선에 행복함을 느꼈다는 거다. '나를 보고 있구나'란 생각. 관심을 받았다는 것에 대한 기쁨같은 것. 그 다음부터 바바리맨이 됐다고 한다. 노출증 같은 것도 사실 애정 결핍이다.
김 : (기자 : 배우는 관심받는 직업인데, 배우로서의 관점은 어떤가?) 그런 마음은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나는 잘 나서는 성격이 아니고, 관심을 배우로서 연기적으로 받고 싶다. 관심을 받는 것은 좋은데 연기 외적인 다른 길로 받는 것은 좀 싫어하는 편이다.

-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최 : 세상은 각박하고 인간은 추악한 존재일 수 있지만, 한 구석엔 꿈도 있고 희망도 있다는 것. 인간이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원죄에 관심이 있는데, 영화는 사과로 시작해 사과로 끝난다. 원죄라는 게 굉장히 비참하고 추할 수 있는데, 영화는 그 안에서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지 않나. 상징적으로 들어간 게 섹스 코드다. 왕성한 성생활을 하던 친구가 존재감을 잃어가면서 발기 부전을 겪는 것, 그것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바바리맨이라는 성적 코드가 들어가는데 그걸 서사구조로 본다. 단순히 섹스 코드라고 보는 건 나는 인정하지 않는다. 극 중 초반 경태라는 친구는 혼자 해결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 때 이미 태평과의 헤게모니가 결정된 것이다. 그것이 사회에서는 바뀐다. 태평과 경태의 교차편집이 서사구조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음..성담론은 아닌 것 같다. (김 : 이런 연출의 의도를 모든 관객이 100% 받아들일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영화란 게 소통의 문제인데 이게 상업영화라고 하면 모든 작가나 감독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 할 것이다. 독립영화이기에 할 수 있는 표현을 했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꼭 내 표현을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받아들이는 것이 각기 다를 수 밖에 없고 그것도 좋다. 그것은 다른 문제다. 사람마다 생각은 다 다르지 않나. 관객에게 던져주고 싶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 무엇에 관심이 있나? 영화를 통해 꾸준히 보여주고 싶은 것은?
최 : 내가 지금껏 만든 영화들이나 만들려고 하는 영화들을 살펴보면, 나는 소통에 대한 부재를 이야기한다. 세상은 각박하고 인간은 추악한 존재이긴 하지만 한 구석에는 자신을 지키려는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는 거다. 동물적인 욕구를 갖고 태어나지만 인간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것들. 또 원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원죄가 어떻게 보면 추악하고 비참한데 그 안에서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 이런 것을 최근에 깨달았다.
- 각자 가장 아끼는 장면을 꼽는다면?
최 : 태평이가 전봇대에 기대서 우는 장면이 좋다. 하지만 경태가 복수하는 신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다.
김 : 노래 '변해가네'를 부르는 장면이 좋은 것 같다. 故 김광석 가수의 노래를 다 좋아한다. 거의 모든 노래를 즐겨 부를 정도다. 사실 영화를 위해 연기를 한다지만 몇몇 장면들은 실제 나의 모습과도 상당히 맞아 떨어진다. 그 중 한 장면이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며 접근했다.
- 서로의 장단점을 말해달라
최 : 남희 씨는 안 쫀다. 혼나면 내 말을 그냥 씹는다. 하하. 센 배우들 사이에 있어도 '깡'이 있다. 연기 내공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선배랑 있어도, 누구랑 붙어도 안 쪼는 것은 배우로서 중요하고 큰 장점이다. 또 남희 씨는 물이다. 그리고 굉장히 노력파다. 노력파 천재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나중에 촬영이 다 끝나고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남희 씨가 촬영 중 과로로 쓰러져 링거를 두 번이나 맞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촬영 기간 동안에는 전혀 몰랐다. 링거 투혼을 보인 남희 씨에게 미안하기도 감사하기도 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지. 단점을 올드하다는 거? 애 늙은이다. 정서가 올드하다. 20대 때는 다들 멋 부리고 다니지 않나. 그런 게 없다. 사실 그런데 그건 단점도 아니다. 단점이 없다. 하하.
김 : 감독님의 장점은 의지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독하디 독하다는 사람을 만히 만나 봤어도 감독님처럼 원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으면 그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해 낸다. 그걸 보면 저절로 신뢰를 갖게 한다. 저 사람이 저렇게까지 이 영화에 열정이 있고, 의지가 안 꺾이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장점이 단점이 될 수가 있는데, 잘못됐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바로 말하고 옳고 그름이 너무 정확하니까 애로사항이 좀 있다(웃음). 단점은 칭찬에 인색하다는 것 유독 나한테만. 다른 배우들한테는 칭찬을 많이 하는데 나한테는 안 하더라.
최 : 칭찬 안해도 잘 하니까. 남희 씨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너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게 가장 칭찬이야'. (와우~)

- 지금 이 시대의 청춘들이다. 당신들의 청춘은 어떤가?
최 : GV에서도 한 말인데, 한 철학자가 정의한 청춘에 의하면 청춘은 잔인하다. 왜냐하면 불안하고 앞날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날이 보이지 않기에 어떠한 가능성 또한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은 아름답다.
김 : 무턱대고 긍정의 힘을 과하게 해석하는 것을 안 좋아 한다. 세상 사람들은 다 아프고 힘든데, 힘드니까 이 세상을 이겨내기 위해 안주시키려고 하는 뜻으로는 안 받아이려고 한다. 나는 현실주의자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그 세상에 빠져 현실에서의 괴로움을 이길 수 있다. (최 : 남희 씨의 말을 들으니 체 게바라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최 : 김남희란 배우가 '청춘예찬'으로 많이 알려지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항상 함께 가고 싶다. 현재 차기작을 준비 중인데 함께 할 것이다. 찍어놓고 개봉 못하는 영화들이 매년 백여 편이 넘는다고 들었다. '청춘예찬'의 배급을 결정해주신 '마운틴 픽처스'의 이재식 대표님께도 이 자리를 빌려 다시한 번 감사드린다.
김 : 어떻게 먹고 살까란 생각을 하는데 대답은 연기로 먹고 살고 싶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많은 무명 배우들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연기를 하는데, 나 역시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솔직히 있다. 혈기와 청춘이란 낭만은 서른 즈음에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니까. 그리고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가족 같은 주변인들도 있으니까. 극 중 태평이 제약회사를 다니지만 이것을 무명배우라는 카테고리에 넣어도 공감이 간다. 태평을 통해 모든 무명 배우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 말고도 지금 이 순간에도 좋은 연기로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배우들. 무조건 열심히 할 것이다. 최종운 감독님과 함께라면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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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