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자꾸 멋만 내는 배구를 하려고 하더라."
진땀승이었지만 승리는 승리였다. 전반기 단독 선두를 확정짓는 승리에도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쓴웃음을 먼저 지었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1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3-2014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과 경기서 세트 스코어 3-2(25-21, 23-25, 18-25, 30-28, 15-13)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현대캐피탈은 파죽의 9연승을 달렸고, 14승 4패(승점 40)로 2위 삼성화재(승점 36)와 승점차를 4점으로 벌리며 전반기 단독 선두를 확정지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이 코트에서 해야할 일들은 안하고 멋만 내는 배구를 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상대방 젊은 선수들에게 말렸다"며 선수들에게 비수같은 '일침'을 날렸다.

김 감독은 "첫 세트처럼 정상적으로 우리 플레이를 하면서 해야한다. 그런데 조금만 앞서나가면 멋진 플레이를 하려고 하고. 내가 다 잡을 수 있다는 듯 그런 배구를 하다보니 리듬이 많이 떨어졌다"며 "경기 전에도 이런 부분을 조심하라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는데, 블로킹이나 수비 이런 부분에서 오히려 상대가 더 투지가 좋았다"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전반기 단독 선두라는 기분 좋은 타이틀과 함께 열흘 가까운 휴식기를 얻게 됐지만 김 감독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김 감독은 "쉬면서 선수들 체력문제 보완하고 실질적으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량, 이런 부분들을 더 향상시켜야한다. 특히 팀웍 부분에 대해 선수들간에 많은 대화가 있어야할 것 같다"며 "개인도 중요하지만 배구는 단체운동인 만큼 팀웍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시스템을 가지고는 우승할 수 없다. 열흘 동안 쉬면서 조이고 기름을 쳐야한다"고 냉기를 흘린 김 감독은 "문성민도 복귀 후 처음에는 의욕적이었는데 경기에 계속 나오다보니 옛날 버릇이 나오더라. 또 어려운 상황 처했을 때 누군가가 만들어주고 그래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 개선이 되어야한다. 권영민, 최태웅, 여오현, 이런 선수들이 조금 더 분발해야한다"고 베테랑들의 활약을 촉구했다.
한편 아가메즈에 대해서는 "시작은 좋았는데 5세트까지 본인 리듬을 잊고 힘으로만 공격하려고 하더라. 5세트서도 잘한 것은 서브 잘 때린 것 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에이스다. 결정적일 때 해줘야 다른 선수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다"며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공격은 안되지만, 결정적일 때는 외국인 공격수에게 가는 패턴이 만들어져야한다. 그런데 지금 그것이 연습 때와 경기 때 따로 가고 있다"고 또 한 번 일침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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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