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박혜진의 '무념무상'...초정밀 자유투 비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4.01.13 07: 00

조성민(31, KT)과 박혜진(24, 우리은행)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날에 자유투 관련 대기록을 달성했다. 
농구에서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득점방법은 바로 자유투다.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지만,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구가 직업인 프로선수들도 80%를 넘기면 수준급으로 인정받는다. 90%를 넘는 선수는 리그에서 손에 꼽는다. 그런데 올 시즌 다른 선수들과 비교를 거부하는 자유투 기계가 두 명이나 등장했다.
조성민은 12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의 4라운드에서 26점을 올려 팀의 81-67 대승을 이끌었다. 인상적인 부분은 조성민이 올린 26점 중 18점이 자유투였고, 그 중 실수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 이는 지난 1999년 2월 18일 문경은이 세운 한 경기 국내선수 최다자유투 성공 17개를 넘는 신기록이었다. 역대 최다기록 켄드릭 브룩스의 20점에는 단 2점이 못 미쳤다. 전반전까지 자유투 14개를 넣은 선수는 18시즌의 프로농구 역사상 조성민이 처음이다.

한 경기 자유투 18개 이상을 넣은 선수 중 성공률 100%를 기록한 사례는 조성민이 유일하다. 그는 자유투를 얻어내는 영리함과 실수 없이 마무리하는 정확성을 모두 겸비했다. 조성민은 올 시즌 91.5%의 성공률로 리그에서 유일하게 90%를 넘기고 있다. 또 현역선수 중 자유투 100개 이상 성공선수 중 성공률 90%가 넘는 선수도 조성민(90.1%) 뿐이다. 이제 조성민은 슛에 관한 ‘달인’으로 올라섰다.
한 경기서 미치는 일은 어쩌다 나올 수 있다. 하지만 1년 내내 자유투를 실수하지 않는 것은 더욱 대단한 일이다. 그 일을 해낸 선수는 박혜진이다. 12일 삼성생명전에서 박혜진은 자유투 2개를 얻어내 모두 넣었다. 이로써 박혜진은 지난 2013년 2월 21일 KB스타즈전부터 정규시즌 12경기에서 얻은 자유투 42개를 모두 연속으로 성공시켰다. 이는 2010년 12월 24일 정선민이 세웠던 역대최다기록과 동률이다. 박혜진은 오는 15일 KDB생명전에서 신기록에 도전하게 됐다.
재미있는 것은 조성민과 박혜진의 자유투 비결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신기록을 세운 조성민은 12일 OSEN과 통화에서 “운이 좋았다. 그냥 생각 없이 던졌다”면서 멋쩍어했다. 구체적으로 물었더니 “요즘 백보드를 사용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난 연습한대로 ‘앞 링만 넘기자’는 생각으로 던진다”고 대답했다.
이 말 속에 정답이 있다. 보통 자유투는 팀 파울이 꽉찬 4쿼터 접전상황에서 자주 발생한다. 이 때 선수는 승패부담으로 굉장한 압박에 시달려 자유투를 놓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생각 없이 던지는’ 조성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담을 갖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앞 링만 넘기는 방법은 ‘슛 도사’ 이충희 동부 감독이 밝힌 비법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는 선수가 슈팅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정밀하게 조절할 능력이 있다는 소리다. 
     
박혜진도 정신력이 강했다. 그녀는 대기록을 앞두고 있음에도 “안 들어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쏘고 있다. 차라리 실패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면서 신기록 달성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있다. 마음을 비우고 평소 폼으로 던지다보니 실패가 없는 것이다.
조성민의 자유투 신기록 달성소식을 전해들은 박혜진은 최근에 조성민을 만나 자유투 대결을 한 일화를 소개해줬다. 박혜진은 “조성민 오빠는 진정한 슈터다. 난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성민 오빠는 폼이 되게 안정적이다. 조언도 해줬다. 슛 쏠 때 손가락을 긁는 것을 많이 가르쳐주셨다”며 “그 때 KT체육관에 가서 조성민 오빠와 자유투를 10개씩 쏘는 대결을 했었다. 성민 오빠 몸이 안 풀려서인지 내가 이겼었다”면서 깔깔 웃었다.
조성민과 박혜진에게 하는 파울작전은 의미가 없다. 시간만 버리고 점수를 모조리 헌납하기 때문이다. 전창진 감독과 위성우 감독이 승부처에서 여유를 잃지 않는 이유다. 최근 자유투라인에만 서면 작아지는 프로선수들은 조성민과 박혜진의 자유투 비법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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