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에서 트렌드 및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기동력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기동력은 결정적인 순간 각 팀의 희비를 엇갈리게 하고 있다. 그런데 2014년에는 이 부문에서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리그 전체 532경기에서는 총 1022개의 도루가 나왔다. 경기당 1.92개였다. 이 기록은 2013년 2.02개까지 뛰어 올랐다. 시각을 좀 더 넓혀보면 이런 트렌드는 더 명확하게 읽힌다. 2000년 경기당 도루는 1.4개에 불과했다. 13년 남짓한 사이에 경기당 0.6개 이상이 늘어난 셈이다. 뛰는 야구에 대비하는 각 팀의 노력까지 생각하면 더 큰 격차다.
각 팀들이 너도 나도 뛰는 야구를 중시하면서 경쟁이 붙었다. 실제 지난해 도루 시도 횟수에서 1·2위를 기록하며 적극적으로 뛴 두산과 LG는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두산과 LG는 경기장이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까닭에 장타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를 활발하게 뛰는 야구로 만회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도루 시도 4위 넥센도 창단 첫 가을야구의 감격을 맛봤으며 도루 실패가 가장 적었던 삼성은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점점 마운드의 높이가 올라가는 추세에서 각 팀들은 기동력 보완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데 올 시즌을 앞두고는 몇몇 선수들의 이적으로 기동력 지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느림보 팀이었던 한화의 약진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한화는 2012년 107개의 팀 도루로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아예 70개 밖에 성공시키지 못해 독보적인 리그 최하위였다. 그러나 오프시즌에서 능히 30도루 이상씩을 기록할 수 있는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해 기동력을 보강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도 기동력이 있는 펠릭스 피에를 선발해 기동력에서는 확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두 선수를 뺏긴 SK와 KIA는 하락이 점쳐진다. SK는 지난해 144개의 팀 도루를 기록해 리그 2위에 올랐으나 도루 성공률(69.6%)은 70% 미만으로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여기에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도루를 성공시킬 수 있는 정근우가 빠져 타격이 크다. KIA는 이대형이 이용규의 몫을 얼마나 덜어주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그러나 출루율 측면을 비교해볼 때 소폭 저하를 예상하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종욱을 둘러싼 두산과 NC의 상관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이종욱은 지난해 3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등 대표적인 리그의 준족으로 활약했다. 이종욱이 있었던 두산은 항상 리그 도루 선두권을 지켰고 지난해도 1위였다. 나머지 선수들이 고루 잘 뛴다는 점에서 타격이 심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어쨌든 변수는 있을 전망이다. 반면 NC는 지난해 도루왕인 김종호에 이종욱까지 가세해 ‘광속 듀오’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도루 3위였던 NC가 두산의 정상 자리를 호시탐탐 노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