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기록은 불가분의 관계다. 기록 자체가 야구의 역사이기도 하고, 100년 전 선수들의 활약상을 더듬어 짐작케 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야구의 재미 가운데 하나는 전설들을 비교하는 것이다. 야구팬이라면 소리 높여 누가 더 좋은 선수인지 이야기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동렬과 최동원을 비교한다고 해 보자. 이들 둘은 비슷한 시기에 선수생활을 했기에 평균자책점, 승리, 탈삼진 등의 기록을 본다면 누가 더 많은 승리를 거뒀는지, 누가 더 좋은 활약을 펼쳤는지 직접적으로 비교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활약 시기가 다른 선수들을 평균자책점이나 승리, 혹은 타율이나 홈런으로 단순비교 하는 건 곤란하다. 1995년이 한국에서의 마지막 해였던 선동렬과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시대에 따라 리그 수준이 다른데다가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 상 매년 타자와 투수의 균형이 조금씩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안된 지표가 조정 OPS, 혹은 조정 평균자책점이다. 이는 당시 리그 수준과 파크 팩터(구장에 따른 득점변화)를 반영해 새롭게 구한 지표다. 둘 다 100점을 평균으로 해서 100보다 높으면 좋은 활약을 펼쳤다고 본다. 물론 선수비교를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적인 힘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든 지표는 아니지만, 특정 선수가 리그 평균에 비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쳤는지 짐작하는 건 가능하다.
조정 지표를 구하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성적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의 평균성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정 선수가 리그 평균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활약했는지 살펴보는 게 조정 지표이기 때문이다. 타자라면 리그 평균 출루율과 장타율이, 투수라면 리그 평균 자책점이 있어야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야구팬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기록 사이트에서 관련 지표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문을 닫은 상황. 지금은 오로지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홈페이지에서만 기록 자료를 볼 수 있다. 몇몇 포털 사이트도 자체적으로 기록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지만, KBO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대동소이하다.
KBO 홈페이지 기록실은 매년 자료보강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성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메이저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인 '베이스볼 레퍼런스(http://www.baseball-reference.com/)'도 한국 프로야구 리그 평균기록 일부를 보유하고 있지만 KBO 홈페이지에서는 그 해 자료만 공개하고 있을 뿐이고 해가 바뀌면 이전 연도 기록을 찾기가 쉽지 않다. 매년 발간하는 프로야구 연감에서도 리그 평균성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타자 개인성적에서도 출루율과 장타율을 찾아볼 수 없는 건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OPS(출루율+장타율)는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지표로 자리 잡았다. 타율로만으로는 선수 능력을 온전히 평가하기 힘든데, OPS는 선수의 타율과 장타력과 선구안 등이 모두 반영된 지표이기 때문에 이제는 현장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지금은 그 해 출루율과 장타율만 제공될 뿐이고, 통산성적에서는 제외되어 있다. 양준혁의 통산 도루실패와 병살, 실책 수는 알 수 있어도 OPS는 따로 계산해야만 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KBO는 올해도 기록실 보강을 계획하고 있다. KBO 관계자는 "올해는 어떤 기록을 추가할지 고민하고 있다.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홈페이지 개편을 마칠 계획인데, 그 때 기록실도 함께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록을 새로 추가하는 건 크게 어렵지는 않다. 기록 관리를 위탁한 스포츠투아이에 요청하면 필요한 기록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 필요한 건 야구팬들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기록실에서 어떤 내용이 더 추가되었으면 좋은지 팬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팬들의 의견과 관심으로 한국 프로야구 기록을 더욱 풍성하게 할 기회가 찾아왔다.
* 참고로 역대 조정 평균자책점 통산 1위는 단연 선동렬로 302를 기록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역대 단일시즌 조정 평균자책점 2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2000년, 18승 6패 ERA 1.74, 조정ERA 291)보다 높은 수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0년 페드로를 가리켜 '괴물'이라고 하는데, 선동렬은 선수생활 내내 그 보다 더한 활약을 펼친 셈이다. 류현진의 통산 조정 평균자책점은 14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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