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망해도 3년을 간다. 하지만 동부왕조가 몰락하는데 2년이면 충분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팀을 꼽으라면 단연 동부다. 4라운드가 한창인 가운데 동부는 9승 24패, 승률 27.3%의 처참한 성적으로 꼴찌 10위에 머물러 있다. 나란히 최하위를 달리던 KGC인삼공사는 12일 2위 SK를 4점 차로 잡는 등 최근 5경기서 3승으로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 오세근, 양희종 등 부상당한 주축선수들이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2012년 챔피언의 위력이 나오고 있다. 4경기 차인 6강도 충분히 가시권이다.
반면 지금의 동부가 2년 전 챔프전에서 아쉽게 우승을 놓쳤던 팀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 전력상승 요인은 많았다. 김주성이 건재한데다 이승준은 처음으로 비시즌부터 호흡을 맞췄다. 외국선수 1순위로 허버트 힐을 선발했고, 3순위 신인 두경민까지 가세했다.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아픔은 ‘슛도사’ 이충희 감독이 씻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최신시설의 원주종합체육관까지 개장해 출발이 산뜻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동부의 성적은 실망을 넘어 비참한 수준이다. 특히 2년 전 성적과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난다. 2011-2012시즌 동부는 44승 10패로 정규시즌 최다승 기록과 최고승률(81.5%) 신기록을 작성했다. 또 동부는 16연승을 달려 최다연승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김주성-로드 벤슨-윤호영이 버틴 ‘원주산성’은 상대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2년 전 동부는 상대에게 경기당 67.9점만 내줬다. 득실차가 +7.4점에 달해 매 경기 상대를 압도했다. 54경기 중 80점 이상 실점이 단 8경기에 불과했다. 심지어 KGC에게 한 경기 역대최소 41점이라는 굴욕까지 안겼다. 지금처럼 정규시즌 33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동부는 단 7패(26승)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동부는 같은 팀이 맞나 싶다. 16연승을 하던 팀이 12연패를 당했다. 평균 72.9점을 넣고 78.7점을 먹으며 득실차가 -5.8점이다. 시즌 14번째 경기 만에 2년 전 시즌 전체에 당했던 10패를 했다.
프로농구 원년부터 리그에 참여한 동부는 전신 TG삼보시절부터 전통의 강호였다. 동부는 정규리그 우승 4회(2004, 2005, 2008, 2012), 챔프전 우승 3회(2003, 2005, 2008)를 달성한 명문이다. 2001-2002시즌 9위를 한 것이 구단 역대최악의 성적이었다. 덕분에 2002년 드래프트서 전체 1순위로 김주성을 뽑은 뒤에는 항상 강호였다. 그런데 올 시즌 동부는 6강은 고사하고 처음으로 정규시즌 꼴찌가 유력한 상황.

왜 동부는 몰락한 것일까. 선수구성은 다른 팀에 밀릴 것이 없다. 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지 못하니 소용이 없다. 속공과 3점슛 등 공격에 강점이 있는 이승준과 두경민의 역할을 제한하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노장 김주성은 부상으로 갈수록 결장이 잦아지고 있다. 이충희 감독의 임기응변과 선수단 장악능력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동부는 14일 최강 모비스와 대결한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7연패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팬들은 오는 28일 상무에서 돌아오는 MVP 윤호영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윤호영 한 명이 온다고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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