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넥센 히어로즈에는 1군에 '깍두기'처럼 붙어있던 선수가 있다.
지난해 넥센에 입단한 우완 조상우(20)는 염경엽 감독의 지시로 홈경기,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1군과 동행했다. 매 경기를 앞두고 코치진들 앞에서 70~100개의 공을 던졌다. 그러나 엔트리에는 이름이 없었다. 가끔 이름을 올려도 점수차가 큰 경기에나 마운드에 서보는 바람에 등판은 총 5경기 뿐.
그랬던 조상우가 올해는 넥센 마운드의 키플레이어가 됐다. 염 감독은 지난 13일 목동구장에서 "조상우는 확실히 자기것을 갖추고 등판시키기 위해 앞서 기용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멋모르고 경험만 많이 쌓으면 무너지기도 쉽다. 이제는 1년을 보낸 만큼 1군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상우는 김영민과 함께 불펜에서 나선다. 지난해 선발이 빨리 강판될 경우 빈 자리였던 5~6회를 버티면서 필승조까지 이어주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두 선수 모두 구속이 145km를 가뿐히 넘기는 강속구형이기 때문에 한 이닝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넥센 코칭스태프의 기대다.
이날 만난 조상우는 "지난해에는 선발 수업을 받았는데 후반기부터는 불펜 연습도 했다. 힘은 있으니까 스피드는 나오는데 제구가 생각처럼 안돼서 제구 연습을 많이 했다. 지난해 1군에는 많이 있었는데 엔트리에는 없었다. 올해는 풀타임으로 1군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조상우는 15일 미국 애리조나로 프로 두 번째 스프링캠프를 떠난다. 그는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지난해에는 무조건 1군에 들어가는 것만 생각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운동해야겠다 이런 것을 준비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한결 커진 여유로움을 드러냈다.
그 여유로움을 얻기까지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는 "학생 때 생각한 프로와는 전혀 다르다. 그때는 어려서 가면 잘할 것 같고 그대로도 통할 것 같았다. 실력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옆에 있는 경험 많은 선배님들, 형들을 보면서 내가 살아남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변화구를 다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조상우는 "던지는 변화구는 많은데 확실한 것이 없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등 중엔 한두 개를 정해야 할 것 같다. 그냥 던지는 게 아니라 어디로 던지면 어떤 궤적이 나온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던지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상우는 지난해 프로 데뷔전에서 153km를 기록하며 야구팬들에게 또다른 파이어볼러의 탄생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코칭스태프의 애지중지 교육 속에서 좀처럼 팬들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가 이제 실전형으로 경기에 나선다. 이제야 프로를 조금씩 알겠다는 2년차 투수는 올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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