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 군단의 '맏형' 이승엽(38, 내야수)과 진갑용(41, 포수)이 잃어버린 자존심을 되찾을까.
이들에게 지난해는 악몽과도 같았다. 국내 무대 복귀 첫해 고감도 타격을 선보이며 '역시 승짱'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이승엽은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443타수 112안타) 13홈런 69타점 62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금껏 그가 보여줬던 활약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1할4푼8리(27타수 4안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두산을 꺾고 사상 첫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통합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우승의 순간에도 이승엽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그는 "후배들의 활약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 후배들이 자랑스럽다"며 "내년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내 이름을 되찾겠다"고 독기를 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진갑용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주역. 그가 없었다면 정상 등극은 힘들었을지도. 하지만 지난해부터 진갑용의 출장 기회는 줄어들었다. 기량 저하보다 세대 교체를 위한 선택이었다. 류중일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선발 마스크를 썼던 이지영의 성장세는 더뎠다. 그러다 보니 팬들 사이에서 "진갑용에게 불로초를 구해줘야 하는 게 아니냐"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오기도.
류 감독은 13일 시무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의 명예 회복을 기대했다. 류 감독은 "이승엽이 지난해 부진했었는데 팬들은 과거의 이승엽의 모습을 기대한다. 지금의 이승엽의 모습을 원하는 건 아니다. 이승엽이 30홈런을 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승엽 또한 올 시즌을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진갑용 또한 마찬가지. 팀내 최고참인 그는 마지막 투혼을 발휘할 각오. 어느덧 불혹이 지났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 류 감독에 따르면 진갑용은 "지난해 주전 포수로서 절반 이상 뛰지 못했는데 올 시즌 절반 이상 뛰고 싶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류 감독은 지난해 이지영에게 과할 만큼이나 출장 기회를 제공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부터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류 감독은 "전훈 캠프에서 무한 경쟁을 유도할 생각이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진갑용을 쓸지 아니면 세대 교체를 꾀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집권 2기를 맞아 무한 경쟁을 통해 최강 전력으로 베스트9을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기대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이승엽과 진갑용은 올 시즌 관록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줄 각오다. 아직도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이들이 빠진 삼성은 상상 불가다. 이들의 활약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는 팬들도 여전히 많다. 올 시즌 독기 품은 베테랑 듀오의 명예 회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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