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쫀쫀한 수다 같은 드라마 ‘귀부인’이 나타났다. 재벌이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어디서 들어봄직한 얘기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친숙함과 함께 재미를 선사했다. 어디선가 여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할 법한 드라마였다.
‘귀부인’은 여고 동창이라는 공통점 외에 식모 딸과 재벌이라는 너무도 다른 삶의 배경과 개성을 지닌 두 여자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
지난 13일 방송된 JTBC 일일드라마 ‘귀부인’(극본 호영옥, 연출 한철수) 1회분에서는 한 집에 살지만 한 명은 입주 가정부의 딸 신애(서지혜 분), 또 한 명은 부족함 하나 없이 로열패밀리로서의 삶을 살아왔던 미나(박정아 분)의 얘기가 그려졌다.

신애와 미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직장에 출근하는 모습 자체가 극과 극이었다. 밤새 사이버대학 강의를 듣다가 책상에서 잠이 든 신애는 엄마 정심(선우은숙 분)이 차려준 밥을 혼자 먹고 부랴부랴 뛰어 나갔고 미나는 상쾌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정심이 건네는 커피를 마시고 출근 준비를 했다.
신애는 오래 신어 닳은 구두를 신고 뛰어가다 힐이 부러졌고 이를 짝사랑하는 백화점 팀장 정민(현우성 분)이 도와줬다. 그러나 정민은 미나와 비밀연애 중이었다. 신애가 진상 손님을 상대하는 동안 미나는 정민과 백화점 사각지대에서 진한 키스를 나눴다. 두 여자의 삶은 180도 달랐다.
그러나 사랑에서 만큼은 신애와 미나는 정반대였다. 신애는 자신이 마음 가는대로 남자를 만날 수 있는 여자였지만 미나는 사랑하는 남자 정민과의 만남을 떳떳하게 밝히지도 못하고 집안에서 정해주는 남자와 결혼해야하는 운명의 여자였다.
신애는 돈에 목매여 있지만 사랑은 자유로웠고 미나는 그 반대인 환경이 뻔한 스토리 같지만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정민을 두고 신애는 짝사랑을, 미나는 정민과 뜨거운 사랑을 하는 관계가 삼각관계를 예고했다.
‘귀부인’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박정아와 서지혜의 연기는 시청자들이 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줬다. 박정아는 정민에게 거침없이 먼저 키스하는 도발적이고 화끈한 차도녀 미나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미나는 신애에게 은근히 경쟁 심리를 느끼는 인물.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에 이어 어떤 악녀의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았다.
서지혜는 전형적인 캔디 같지만 알고 보니 할 말 다하는 여자 신애를 시원하게 연기했다. 1년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억척스럽게 사는 신애 캐릭터를 통통 튀게 했다.
박정아, 서지혜 뿐만 아니라 장미희, 선우은숙, 독고영재, 나영희, 유혜리, 문희경 등 중견배우들이 무게감을 더해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앞으로 정민을 두고 신애와 미나의 삼각관계, 갈등, 사랑, 애증이 어떤 전개로 시청자들의 구미를 당길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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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귀부인’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