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서형의 눈빛에서 서슬이 퍼렇게 번득일 때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 ‘기황후’에 빠져들고 있다. 그가 연기하는 황태후는 맹독을 품은 듯 권력을 향한 집착이 매섭기만 하다. 살벌한 눈빛과 깜짝 깜짝 놀랄만큼의 고성은 드라마의 긴박감 넘치는 전개를 이끌고 있다.
김서형은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황제 타환(지창욱 분)의 권력 강화에 목숨을 걸고, 이를 위해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을 몰아세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황태후를 연기한다.
연철에 의해 좌우되는 원나라 권력구도를 재편하기 위해 황제 타환을 꼭두각시 황제로 만들 수도 있는 위험한 인물. 아직까지는 타환의 황권 쟁취에 큰 조력을 하고 있지만, 권력을 향한 무서운 집착은 타환과 갈등을 벌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인물이다.

연철에 의해 휘둘리는 타환을 보좌하면서 아직까지 황실에서 연철과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언제나 막강한 기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김서형은 ‘기황후’에서 그 어떤 남자 배우 못지않은 막강한 권위를 표현하기 위해 강압적인 표정 연기와 발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된 21회는 김서형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다시 한번 시청자들을 숨죽이게 했다. 이날 황태후는 연철을 죽이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후 모든 책임을 지고 폐위됐다. 하지만 황태후는 머리카락이 깎이는 수모에도 “날 죽이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하겠다”면서 연철에 대한 날카로운 복수심을 품었다.
또한 타환에게 황실 내 연철을 대적할 힘을 키우라고 조언하고, 어떻게든 황위를 지켜서 후일을 도모하자고 다짐했다. 황후 타나실리(백진희 분)의 비아냥 섞인 독설을 묵묵히 견딘 황태후였지만, 눈빛에는 그 어느 때보다 독기가 담겨 있었다. 화려한 보석 장식들을 내려놓고 비구니 옷으로 갈아입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황태후의 표정은 애처롭기보다 전쟁터에 나가는 장군마냥 비장했다.
철의 여인 기승냥(하지원 분) 못지않은 심성이 단단하다 못해 악녀에 가까운 황태후의 활활 불타오르는 복수심은 김서형의 압도적인 권위 연기에 힘입어 긴장감 가득하게 그려졌다. 연철 역의 전국환과 함께 등장할 때마다 묵직하고 왠지 모를 무서운 기운을 풍기고 있는 김서형은 이 드라마의 팽팽한 긴박감을 진두지휘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김서형의 서슬퍼런 표정 연기 하나 하나는 집중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 그가 등장할 때마다 드라마의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양상이다. 김서형이 한껏 힘을 주며 연기를 해야 하는 황태후를 완벽하게 표현하며 '기황후'의 또 다른 재미를 만들고 있다.
jmpyo@osen.co.kr
'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