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마동석, 심장을 꿰뚫는 눈빛-경계없는 스펙트럼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1.14 09: 56

배우 마동석의 눈빛이 심장을 꿰뚫는다. 철저하게 다부진 몸, 구성진 대사 전달 외에도 마동석이 갖고 있는 그 만의 강점인 눈빛이 이번 영화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분출한다.
개봉을 앞둔 '살인자'(이기욱 감독)에서 마동석은 정체를 숨기고 조용히 살아가다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는 살인마 주협 역을 연기했다. 지금까지 등장했던 작품들 속 여타 살인자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그가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숨 죽이며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자신의 정체를 아는 소녀가 나타나고 그로 인해 위험한 살인 본능이 다시 꿈틀거린다. 하지만 살인마에게도 부성애는 있다.
그간 드라마 '히트', 영화 '부당거래', '이웃사람', '더 파이브' 등에서 악을 응징하며 소시민 히어로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더 그가 주저함 없이 칼을 휘두르는 살인자로 분했다. 시골이라는 고즈넉하면서도 스산한 풍경 속 그의 눈에서 쏘아내는 원망, 분노, 아픔, 슬픔, 애정이 뒤섞인 모호한 눈빛은 스크린을 압도한다.

외롭고 잔인하다. 하지만 슬프다. 마동석의 눈은 선인과 악인을 오가는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영화 '퍼펙트게임'에서 해태의 만년 2군 포수 박만수로 분했을 때 그의 눈에는 애처롭고 애달프면서 그 안에 목표를 향한 의지와 사랑이 담겨 있었다.
동정심의 정서를 안고 있던 그의 눈이 이번 작품에서는 맹렬한 야수처럼 번뜩인다. 살인에 근접했을 때 그의 눈은 목표물을 획득하기 전 짐승처럼 살기가 돋고 긴장감이 넘쳐 흐른다. 하지만 일차원적이지 않다. 그의 눈은 한 곳을 집중하는 듯 하면서도 뭔가 공허한 감정까지 품고 있다. 더욱이 무뚝뚝하면서도 내면에 아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그가 아들을 슬쩍 슬쩍 바라볼 때 비치는 눈빛은 그를 단순한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로 만들지 않는다.
특히 주협이 아들 용호(안도규)가 좋아하는 지수(김현수)의 집을 찾아가 대문을 사이로 지수를 대면하는 장면은 부성애와 살인마 사이의 이중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아들이 걱정돼 지수와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던 그가 한 순간 "너 나 알아?"라고 말하며 변화된 눈빛을 선보여 지수 뿐 아니라 보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더욱 인상깊은 모습은 그의 '등'이다. 대문 앞에 서 있는 그를 카메라가 뒤에서 응시하는데, 그의 내려앉은 둥그스름하면서도 묵직한 등에서 부성애와 살인마의 혼합된 감정이 전해진다.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아들을 멀리서 보며 엷게 미소짓는 그에게서는 마치 씻을 수 없는 원죄를 아들에게 물려준 듯한 아버지로서의 죄책감과 아픔마저 느껴진다.
원래 악을 응징하는 역에 더욱 호감을 느낀다는 그에게 이번 역은 과감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부성애를 지닌 살인마'라는 삐뚤어진 생각을 가진 캐릭터에 호기심을 느껴 작품에 출연했다고. 소년-소녀의 사랑은 그로테스크하지만 아름답고, 잔혹한 삶의 무게를 짊어진 마동석의 모습에서는 여운이 남는다.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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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스틸, 예고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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