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도 조민수도 "시나리오 없나요?"..이제 女영화 좀 봅시다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4.01.14 17: 02

2014년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충무로는 한숨만 가득하다. 영화 '조선미녀삼총사'로 스크린을 두드리는 배우 하지원도, 영화 '관능의 법칙'으로 영화 팬들을 만나는 엄정화-문소리-조민수도. 여배우들이 시나리오가 없다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는 탓이다.
하지원을 비롯해 엄정화-문소리-조민수 그리고 한지민까지 새해 스크린을 찾는 여배우들이 제작보고회와 인터뷰 등을 통해 남자배우들보다 현저히 부족한 시나리오에 대해 연일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2013년 지난 한 해, 유독 남자영화들이 강세를 보이며 여배우들을 내세운 영화가 사라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하지원은 지난 2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조선미녀삼총사' 제작보고회에서 "지난해 한국영화가 정말 큰 사랑을 받고 관객이 정말 많이 들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나 역시 여배우이기 때문에 여배우들을 위한 시나리오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게 된다면 더 기회도 많고 더 좋은 영화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지민은 영화 '플랜맨' 인터뷰에서 부족한 시나리오의 현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스크린에선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주로 캐릭터의 매력을 보는 편인데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날 기회가 적다.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적지 않나"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절정은 엄정화-문소리-조민수, 세 40대 여배우가 뭉친 '관능의 법칙' 제작보고회였다. 이들은 14일 오전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관능의 법칙' 제작보고회에서 입을 모아 "작품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민수는 "근래에 본 영화들과 배우들 중에 어떤 배우들이 잘하냐 물어보면 나는 ‘신세계’의 황정민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관상’ 이정재 보면서 또 다른 느낌을 받았고 ‘변호인’도 마찬가지고. 남자들의 역할이 다양해서 안타깝다. 우리 그런 역할들 다 할 수 있지 않나. 건달도, 변호사도. 그런 갈증이 많이 난다”고 말했으며 문소리 역시 "남자는 깡패여도 다양한 깡패지만 여자는 술집여자면 여자 하나. 엄마면 엄마 하나일 뿐 다양한 엄마가 없다. 모성애, 전형적인 엄마 하나다”라면서 “남자는 너무나 다양한 성격의 형사도 있고 깡패도 있다. 이런 현실이 안타깝다고 조민수가 이야기했는데 굉장히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여배우들을 위한 시나리오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무엇보다 흥행적인 요인 때문. 장르적 특성이 강한 '센'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지금,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는 장르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 영화 관계자는 "여배우들이 출연할 수 있는 작품의 장르가 한정돼 있다. 드라마는 매체 특성상 항상 여자가 등장하지만 영화에서는 여자가 주도하는 구조 자체가 많지 않다. 극 중 여성 캐릭터는 청순가련형이거나 팜므팥탈 정도로 다양화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장르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해서 남자영화들만이 충무로에 남게 되는 건 한국영화의 훗날을 생각했을 때 그리 좋지만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다양성이 중요시 돼야 할 영화계에서 남자영화들만 가득한 건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일. 때문에 지난 해 2억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 시장이 커졌음을 축하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일각에선 너무 강한 영화들이 판을 친 2013년 영화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 바 있다.
결국 충무로의 '여자영화 기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관객들이 먼저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영화를 선택, 흥행으로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여자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점차 여배우들이 갖는 장르적 한계도 넓어질 터. 새해 국내 극장가를 여는 '조선미녀삼총사'와 '관능의 법칙'에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그것이다. 이에 영화 관계자는 "한국영화 시장 특성상 특정 장르가 흥행에 성공하면 그와 비슷한 장르들이 많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이번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영화들이 잘 돼야 많은 시나리오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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