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드라마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졌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시청률 10%대를 뚫고, 케이블·종편을 통틀어 역대 최고 시청률인 11.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한 것.
공감을 자아낸 소품 재현, 시대를 관통한 음악, 매회 추리의 재미를 선사했던 복선,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쫄깃한 극본과 연출 등은 시청자들을 11주간 열광케 했다. 아니, 작품이 끝난지 2주일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을 정도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중심에는 늘 신원호 PD가 있었다. 신 PD는 화려하지도 흔하지도 않은 캐스팅을 통해 모두를 놀라게 했고, 작품이 끝날 때쯤 그 배우들은 눈에 띄는 스타로 거듭났다. 이같은 의외+파격 섭외는 한때 KBS에서 예능 PD로 활약했던 신원호 PD의 과거경력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연출 입봉을 했던 '여걸식스' 때도, 이후 '남자의 자격' 당시에도 비슷했다. 예능에서 늘 강호동-유재석-신동엽과 함께 할 수 없기에 늘 차선책을 찾는다. 특히 KBS 피디들은 제작비 여건이 워낙 좋지 않은 편이기에 귀, 눈 등 더듬이가 활짝 열려 있어 훈련을 하며 살았다."
앞서 '응답하라 1997'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상파인 KBS에서 케이블채널인 CJ E&M으로 이적하고, 예능 PD가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을 달갑지만은 않았다.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배우도 소속사도 없었다.

"누가 하겠나? 실질적으로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누가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으로 찾았다. 기존에 이미 잘 알려진 사람이 아닌, 캐릭터에 맞는 친구들을 찾는 게 최선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운도 따라주고, 좋은 사람들을 찾게 된 것 같다."
그렇게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서인국과 정은지는 가수에서 배우로 화려하게 재탄생했고, 이제는 지상파 드라마에서 러브콜을 받는 연기자가 됐다. 속편 격인 '응답하라 1994'에도 '신의 한수' 같은 캐스팅은 반복됐다.
"'시즌2까지 잘 되겠어?'라는 우려에, 또 시즌1 같은 과정이 반복됐다. 그래도 '응답하라 1997' 성공 효과로 스타급 연기자는 아닐지라도 '연기를 좀 한다'는 배우들과의 만남이 가능했다.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고아라, 정우, 유연석, 김성균, 손호준, 바로, 도희는 작품을 전후해 인기와 인지도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공약 프리허그를 위해 나가면, 몰려든 인파에 인근 도로가 마비될 정도였다. 작품의 성공, 배우들의 인기…신원호 PD는 이미 예상했던 결과물일까.
"늘 바람이지만, 예상은 못한다. 확신하는 게 있다면, '보면 재밌을텐데…볼까?'였다. 얼마나 많이 보고, 얼마나 사랑을 받을지는 전적으로 시청자들에게 넘긴 부분이다. 멜로를 해본 적 없는 정우가 이렇게 될 거라 기대는 했지만, 상상을 하진 못했다. 도전이었다."
예능 PD의 드라마 도전은 소위 '스타급 배우' 섭외도, 자극적인 막장 스토리나 막장 캐릭터 없이도 두 번의 연이은 성공을 이끌어냈다. 이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신원호 PD의 남다른 애착과 철학이 이끌어낸 결과물이었다.

"특별한 뭔가를 계획적으로 의도하거나, 캐스팅에 남다른 눈을 가진 게 아니다. 그저 내 작품 안에서 불편한 역이 있는 걸 좋아하지 않고, 모두가 소외받지 않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노력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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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