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그야말로 잭팟이 터졌다. 그것도 두 번이나 연속으로…. 지상파에서 케이블로 이적한 예능 PD가 만든 드라마가 수많은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국민 드라마'로 거듭난 것. 신원호 PD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야기다.
'응답하라 1997'의 성공, 그리고 소포모어징크스를 깨고 차기작 '응답하라 1994'로 시청률 11.9%(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를 기록하며 또 다시 케이블 사상 유례없는 기념비적인 시청률을 달성했다. 신선한 배우들의 섭외, 막장 요소 없이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시청자를 TV 앞으로 불러모았다.
'응답하라 1997'과 당시 H.O.T와 젝스키스를 중심으로 한 아이돌 팬덤 문화를 다뤄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응답하라 1994'는 팬덤을 소재로 활용하되 그 중심부에 '촌놈들의 상경기'라는 내용을 메인으로 끌어들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는 게 신원호 PD의 설명.

"팬덤은 굉장히 좋은 소재다. 신선했고,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도 적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빠순이'를 작품 메인으로 할 수 없어 서울에 상경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극의 중심에 뒀다. '지방 출신'들의 이야기는 '빠순이'만큼 아는 이에게는 추억과 공감을, 모르는 이에겐 재미와 신선함을 부여했다."

연이은 성공을 거둔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의 스토리를 들여다보면, 누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기본적인 정서가 이야기에 자리했다. 이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관통하는 무엇이었다.
"비단 멜로 뿐만이 아니라, 가족간의 사랑, 같은 방을 쓰는 친구들끼리의 우정, 팬으로서 스타를 좋아하는 팬심…결국 사람과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내용이다. 나이를 먹으니 자꾸 이런게 좋아진다.(웃음) 따뜻하고, 마음 편하고, 사람 냄새나는 훈훈한 느낌이 좋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관통하는 건 또 있다. 바로 큰 틀에서 봤을 때 '시간'을 다루는 드라마라는 것.
"단순한 과거와 현재의 비교가 아닌 흘러가는 시간을 다뤘다. 그 시간 안에서 벌어졌던 삶에 관한 이야기다. '들리는가, 응답하라 94년대여'라는 멘트는 결국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당신들이 봤던 21부작의 이 드마라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드라마였다는 걸 말해주는 멘트다. '다 지나버렸구나' 라는 아련하고 애틋한 느낌이다. 주인공들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젊음에 관한 얘기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관통했던 정서, 그리고 시간…. 이를 바탕으로 모두의 궁금해하는 '응답하라'의 세 번째 시즌에 대한 이야기가 신원호 PD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솔직히 시즌2 때는 '응답하라'를 시리즈로 해야한다는 강박이나 브랜드를 놓치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얘기할 게 있으면 하고, 아니면 말자'식이었다. 지금? 회사, 시청자, 제작진 역시 쿨하게 놓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응답하라'를 전제로 회의를 할 생각은 없다. 그중에서 찾아지는 콘셉트나 이야기를 골랐을 때, 잘 어울리는 게 있다면 시즌3가 나오는 거다. 억지로 하진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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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