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프로야구계의 대표적인 스피드 예찬론자다. "야구는 무조건 빨리야 한다"는 게 그의 야구 철학이다.
언젠가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전광판을 보고 상대 선발 라인업에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5명이 넘으면 경기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투수도 바쁘고 야수도 바쁘고 모든 선수들이 바빠진다"는 게 그 이유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 발빠른 선수가 많을수록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등 여러모로 유리하다. 현대 야구에서 스피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류중일 감독은 "과거 해태에 많이 졌을때도 마찬가지"라며 "해태에는 발빠른 선수들이 많았다. 시도때도 없이 뛰다보니 경기 내내 집중해야 했다"며 "아웃카운트 하나 손해없이 2루를 가는 게 얼마나 큰지 모른다"고 뛰는 야구의 장점을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해 팀 도루 8위(95개)에 머물렀다. 2011년 팀 도루 1위(158개)에 등극했던 삼성은 2년 만에 느림보 군단으로 전락했다. 배영섭(23개), 김상수(14개), 강명구(11개) 등 팀내 타자 가운데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3명 뿐.
류중일 감독은 새해 첫 공식 인터뷰 때 "실력이 비슷하면 발빠른 선수를 기용하겠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류 감독은 "작년에 뛰는 야구를 펼치지 못했다. 김평호 코치를 재영입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빠른 야구와 상대 전력 분석을 위한 선택"이라며 "뛰는 야구를 다시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붙박이 1번 타자 배영섭이 경찰청에 입대했지만 팀내 최고의 준족으로 꼽히는 김상수와 조동찬이 부상에서 회복해 올 시즌 30도루 이상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리고 이영욱, 정형식, 박찬도(이상 외야수) 또한 상대 배터리를 뒤흔들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발이 빠르면 얼마나 야구를 쉽게 할 수 있는지 아느냐". '스피드 예찬론자' 류중일 감독은 올 시즌 뛰는 야구를 추구하며 사상 첫 통합 4연패에 도전할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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