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 황정민 "멜로, 돈 안된다고 다 안할거야?"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4.01.15 09: 46

배우 황정민이 멜로로 돌아왔다. 영화 '너는 내 운명'(2005)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이 뜨끈해 질 소식이다.
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멜로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한동욱 감독, 22일 개봉)는 그의 멜로 전작 '너는 내 운명'과 '행복'(2007)을 묘하게 중첩시킨 느낌도 난다. '너는 내 운명' 속 절절한 순애보를 펼치는 노총각 석중이 착한 남자의 극에 있었다면, '행복' 속 어느 날 갑자기 병을 얻은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겨온 영수는 여자의 마음을 뺏고 울리는 나쁜 남자였다. 이 두 상반된 모습이 40대 황정민을 만나니 보다 깊어지고 세밀하게 화학작용을 이룬다.
'남자가 사랑할 때' 속 황정민이 연기한 태일은 나쁘면서도 착하고, 싫으면서도 좋고, 촌스러운데 섹시하다. 적어도 여자들에게는 그럴 것이다. 태일은 채권회수 때문에 만난 호정(한혜진)에게 첫 눈에 반해 그에게 저돌적이면서도 순수하게 구애를 펼친다. 거칠게 살아오던 그는 호정을 통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그의 삶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가게 된다.

누구는 정통 멜로라고 하고, 누구는 신파라고 부른다. 분명한 것은 황정민이 아니면 안 되는 역이라는 것이다. 사랑에 빠진 건달. 위협적(?)인 의상과 맥가이버 헤어 스타일에 웃음을 짓게 만들다가 상남자다운 구애에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러다가 한 순간 푹, 눈물샘을 자극한다. 황정민은 항상 관객을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많은 영화를 개봉시켰지만 이번이 유독 긴장된다는 그에게 멜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느와르 '신세계'로 지난 해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올해 한국영화계에는 유독 사극이 넘쳐난다. 적어도 근 몇 년 동안 멜 장르가 발 붙일 틈이 없었다. 그나마 말랑말랑한 로맨틱코미디는 중간 중간 눈에 띄었지만 정통 멜로는 '씨가 말랐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영화가 돈이 안 될 게 뻔할 수도 있지만 우리라도 해야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야 있을 때도 없을 때도 있는 거고, 그렇다고 돈 되는 것만 따라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후배들이 따라갈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런 생각에 이 프로젝트를 제가 밀어붙인 것도 있어요. 나한테 들어오는 이득을 떠나서 말이에요."
황정민을 구심점으로 제작자-투자사 등이 의기투합했고, 결국 신흥강자 배급사 NEW는 2014년 첫 작품으로 이 영화를 내보이게 됐다. 
'신세계'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들어 낸 멜로이기에 '신세계' 속 그가 열연한 정청 캐릭터의 프롤로그 같은 느낌이 난다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그는 정청과 태일의 직접적인 연관은 부인했다. 이 한 마디를 웃음과 함께 덧붙이며 "정청이 야욕이 없고 여자를 만났으면 그렇게 됐을거에요."
40대를 지나 50, 60대에도 계속 멜로를 하고 싶다는 그다. 이렇게 가다가는 사장될 위기(?)에까지 처할지도 모를 멜로 장르이지만 이런 배우가 있기에 희망이 있다. 그는 외화 '러브 액츄얼리'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러브 액츄얼리' 속 배우들은 나이가 많은데 다 귀엽지 않나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10년 됐더라고요. 다시 보니 그 때 정말 어렸어서 깜짝 놀랐어요. 난 안 늙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시절에 참 젊었더라고요. '너는 내 운명'과 '행복'을 찍었고 이제 40대 중반인데 내가 나오는 또 다른 멜로가 보고 싶었어요. '남자가 사랑할 때'를 보면서 그래도 허투루 연기 하지는 않았구나 잘 살아왔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깊이가 좀 있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요. 30대 때 이 연기를 했으면 묘한 느낌의 얼굴이 안 나왔을 것 같아요. 50, 60세가 돼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잘 늙었으면 좋겠다는 게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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