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9개 구단이 2014년의 힘찬 첫 출발을 알렸다. 전지훈련 출발을 위해 공항에 모인 선수들은 각자의 2014년 각오를 다지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한 비행기를 탄 두 팀이 있다. 바로 KIA 야수조 선수들과 한화 선수들이다.
지난해 나란히 하위권으로 처진 KIA와 한화는 2014년 명예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은 KIA는 이용규의 이적,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진출 타진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하지만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한파를 맛본 선수들이 올해를 벼르고 있다. 외국인 선수 수급 현황도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최하위였던 한화는 FA시장에서 정근우 이용규라는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를 쓸어 담으며 4강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간 팀의 약점이었던 테이블세터 출루율과 기동력, 그리고 출루율을 모두 향상시킬 수 있는 적임자들이다. 이런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기존 선수들 사이에서도 자신감이 샘솟고 있다.

이런 두 팀은 9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출국했다. 오전 9시40분 비행기로 나란히 오키나와를 향했다. 한화는 선수단 전체가, 그리고 KIA는 야수조 선수들이 오키나와에서 몸을 만들게 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행기가 같았다.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두 팀 선수들이 한 창구에서 수속을 밟는 풍경이 벌어졌다. 한화 선수들이 6시를 조금 넘어 공항에 먼저 도착했고 약간의 시간을 두고 KIA 선수들이 공항에 도착해 창구가 북적였다.
그라운드에서는 적이지만 밖에서는 친한 선·후배, 그리고 친한 형·동생들이다. 비시즌이 있었고 여기에 상대적으로 만나기 더 어려운 타 팀 선수들이라 반가움은 배가됐다. 일부 베테랑급 선수들은 상대 코칭스태프를 찾아 오래간만에 인사를 건넸고 친분이 있는 선수들끼리는 수속을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범호는 한화 시절 팀 선배이자 동료였던 정민철 투수코치를 찾아 인사를 건넸고 정민철 투수코치는 한 때 감독으로 모셨던 한대화 KIA 수석코치에 깍듯이 인사를 하기도 했다. 한화의 몇몇 선수들도 한 수석코치에게 별도로 인사를 건넸다. 훈훈한 사랑방이었다.
그러나 이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다시 1승을 위한 상대일 수밖에 없다. KIA는 킨 구장에서 담금질에 들어가고 한화는 고친다 구장에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출국한 두 팀이 올해는 하위권에서도 나란히 ‘출국’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인천공항=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