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설친 정근우, 설렘 안고 오키나와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15 10: 26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기다리는 정근우(32, 한화)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나왔다. 이유를 묻자 “잠을 잘 못잤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덧 프로에서 맞이하는 열 번째 시즌. 남부럽지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정근우지만 새 팀에서의 첫 전지훈련은 이처럼 떨리는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지난 FA시장에서 4년 총액 70억 원을 받고 한화에 새 둥지를 꾸린 정근우는 팀의 명예회복을 위한 가장 큰 단추로 평가받고 있다. 그간 마땅한 리드오프가 없었고 주루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었던 한화였다. 고질병이라고 할만 했다. 팀에 3할 타율과 30도루 이상을 안겨다 줄 수 있는 정근우에 70억 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한 이유였다.
정근우도 책임감이 무겁다. 어느덧 그의 앞에는 ‘70억 원’의 꼬리표가 붙었다. 조금만 부진해도 “몸값을 못한다”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때문에 이적 첫 해부터 좋은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정근우도 이를 잘 알고 있고 그 첫걸음은 한화의 오키나와 전지훈련이다. 이미 비시즌 해외에 나가 충실히 몸을 만든 정근우는 그런 설렘과 부담감 속에 잠을 설친 것이다.

아직 이사를 하지 못했다는 정근우는 전지훈련 계획에 대해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라고 웃었다. 물론 10년차를 맞이하는 베테랑의 머릿속에 아무 것도 없을 리는 만무하다. 자신의 훈련 계획 정도는 몸이 기억한다. 대신 정근우는 “일단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동료들과 최대한 빨리 어울리며 팀에 녹아들겠다는 정근우의 의지가 느껴진다. 워낙 활발하고 외향적인 정근우이기에 어렵지 않은 목표일 수 있다.
정근우는 “팀 분위기에 잘 적응해야 한다. 그리고 부상 없이 잘해서 팀이 4강에 진입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것이 올 시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이내 이대수 한상훈 박정진 등 동료 선수들과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드러냈다. ‘절친’ 김태균과는 남다른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팀 분위기 적응이라는 정근우의 첫 번째 목표는 벌써부터 완성되어가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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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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