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별로 달라진 건 없는데 그냥 떨리네요. 작년하고는 달라요”
15일 인천공항에서 전지훈련 출발을 앞둔 이호준(38, NC)는 멋쩍게 웃었다. 수없이 가본, 이제는 질릴 법도 한 전지훈련인데 떨린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호준은 “작년에는 설렜다. 그런데 올해는 부담감이 앞선다”라면서 전체적인 선수단 분위기를 대변했다. 확실히 NC에 대한 기대치는 지난해 이맘때와 달라져 있었다.
NC는 지난해 창단 첫 1군 무대를 보냈다. 이호준의 말대로, 모두가 “꼴찌를 면할 수 있을까?”라는 시선으로 NC를 쳐다봤다. 그러나 NC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시즌 초반 신생팀답게 어설픈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중반 이후 한층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며 치고 올라갔다. 결국 KIA와 한화라는 선배들을 아래에 둔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대성공이었다.

그 중심에는 이호준이 있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NC로 이적한 이호준은 126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 20홈런, 87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혹자는 “회춘했다”라고 할 정도의 균형 잡힌 활약이었다. 이호준이 4번 타순에서 든든히 버틴 NC는 만만치 않은 타력을 과시했다. 여기에 고참으로서의 팀 내 분위기 장악은 일품이었다. 김경문 NC 감독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였다.
그렇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기 때문일까. NC를 보는 올해 팬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져있다. 여기에 오프시즌에서 FA로 이종욱 손시헌을 영입했고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의 인선이 완료되면서 이 눈높이는 더 높아졌다. 이호준도, NC라는 공룡의 어깨에도 부담감이 만만치 않다. 이호준은 “작년에는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야구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주위에서 4강 이야기를 한다”고 팀이 가지고 있는 부담감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이호준은 이호준이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호준은 NC의 분위기를 “즐겁게, 모두가 다 행복한 야구”로 정의한다. 김택진 구단주부터 김경문 감독까지 모두 이런 분위기를 중시한다. 이호준도 이를 이어가는 데 힘을 보탠다는 각오다. 구심점으로서의 자신의 몫이 중요하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있다.
이호준은 “베테랑들이 팀에 입단해서 어린 선수들의 부담감을 떨쳐주고 하면 분위기가 다시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며 선임급 선수들의 몫을 강조했다. 그 중심에 이호준이 서 있다. 이호준의 떨림이 다시 설렘으로 바뀌는 순간, 그 순간부터 NC는 다시 전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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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