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경계해야할 선수, 혹은 라이벌이 있다면?"
쇼트트랙 남녀대표팀이 1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빙상국가대표 선수단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김연아, 이상화 등을 비롯해 소치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스피드, 쇼트트랙, 피겨 국가대표와 코칭 스태프가 참석한 이번 미디어데이 행사는 소치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선수들의 각오를 전하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한국 동계스포츠 최대의 메달밭으로 손꼽히는 쇼트트랙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소치를 향한 각오를 전했다. 남자 쇼트트랙에서는 '맏형' 이한빈(26, 성남시청)과 신다운(21, 서울시청) 박세영(21, 단국대)이 참석해 기자회견에 임했다.

첫 번째 화두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차세대 황제' 노진규(22, 한국체대)의 부상이었다. 노진규는 지난 14일 태릉선수촌 빙상장에서 훈련하던 도중 넘어져 왼쪽 팔꿈치 뼈가 골절,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노진규 없이 계주를 치러야하는 남자 대표팀은 전력 약화에 대한 부담을 애써 떨쳐버리려는 모습이었다. 신다운은 "진규형이 빠져서 약해질 것이라 생각은 하고 있다. 이제 23일 남았는데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지만, 이한빈은 "진규가 빠졌다고 해서 약해질 것 같다는 생각은 안한다"며 "월드컵 시리즈에서도 진규 없이 연습했고 손발을 맞췄기 때문에 변할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박세영 역시 "진규형이 부상으로 빠지긴 했는데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이 같이 안타본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빨리 손발을 맞춰서 최대한 기량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각오를 전했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남자 대표팀은 꾸준히 의혹과 불신의 시선을 받아왔다. 메달 전망이 결코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었다. 박세영은 "월드컵 성적만 봐서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것 같다. 하지만 올림픽은 딱 한 번이고, 그에 맞춰 준비 잘하고 차근차근 해나가다보면 천운이 따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실전을 강조했다.
이한빈 역시 "시즌 초 체력훈련을 좀 많이 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월드컵 4차대회 끝나고 지금까지 계속 지옥훈련을 받아왔고 선수들 기량도 많이 올라왔다. 체력은 거의 100% 올라왔다고 보고 있다"며 "월드컵 때보다 다들 실력이 올라왔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다운은 각오가 한층 각별하다. 노진규를 대신해서 에이스 역할을 해줘야할 신다운은 월드컵 시리즈에서 번번이 임페딩 반칙으로 실격되는 등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절치부심하는 마음으로 모래주머니를 달고 특훈까지 나섰을 정도다. 신다운은 "근력을 올리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사용했다. 근육 등이 발전돼 도움이 된 것 같다. 스피드업 과정에서 만족할만큼의 효과는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치동계올림픽 라이벌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서로 이야기가 갈렸다. 신다운은 "아무래도 이번 시즌 종합 1위를 차지한 찰스 해믈린(캐나다)이 1순위 경쟁자가 아닐까 싶다. 그 다음이 러시아의 빅토르 안(안현수)이다"라며 "그런 선수들과 같이 레이스해서 이기려면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반면 이한빈과 박세영은 특별히 라이벌을 꼽지 않았다. 이한빈은 "어느 한 선수를 라이벌로 꼽을게 아니라 올림픽 나오는 남자선수들은 누구나 실력이 비슷하다 생각한다. 올림픽이라는 대회가 변수도 그렇고. 해믈린이나 빅토르 안에 너무 신경쓰면 다른 선수들에게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게임에 임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보였고, 박세영 역시 "딱히 종목별로 나누지 않아도 해믈린이나 현수형 같은 경우는 어느 종목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기 때문에 준비 많이 하고 긴장해서 경기에 임해야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성적 부진에 겹쳐 최근 쇼트트랙 대표팀을 둘러싸고 성추문 코치 임명 문제가 불거져 분위기가 좋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윤재명 남자대표팀 감독은 "경기위원회를 열었고, 내일 그 문제 관련해서 상임이사회를 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고 최광복 여자대표팀 감독도 "선수들은 나와서 운동하고 피곤해서 잠드는 일상의 반복이다. 그런 부분에 신경쓸 겨를은 없을 것"이라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stball@osen.co.kr
태릉=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