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LG의 주장 김영환(30, LG)이 오랜만에 실력발휘를 했다.
김영환은 1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시즌최다 13점을 몰아쳤다. LG는 서울 SK를 88-75로 제압했다. LG와 SK는 나란히 23승 11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4쿼터 종료 2분 39초를 남기고 김영환은 LG가 79-68로 달아나는 쐐기 3점포를 터트렸다. 또 종료 1분 8초전 그는 자유투 2구를 침착하게 모두 넣었다. 김영환은 종료 16초를 남기고 김시래에게 절묘한 어시스트를 내줘 승리를 확정지었다. 경기 후 김영환은 “내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줘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시즌 LG에 합류한 김영환은 오자마자 주장을 맡았다. 팀이 워낙 어리다보니 주장을 맡을 선수가 없었던 것. 젊은 팀을 이끌고 김영환은 평균 13점을 넣으며 생애최고 시즌을 보냈다. 특히 경기당 2.05개의 3점슛을 꽂으면서 리그 1위에 올랐다. 생애최초 올스타선발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지난 시즌 중 LG는 로드 벤슨을 내줬고, 시즌 종료 후 2012년 1순위 김시래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이어 2013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김종규를 잡아 유일한 약점을 채웠다. 포워드진에는 김영환을 비롯해 상무에서 돌아온 기승호가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LG는 자유계약신분이던 문태종에게 6억 8000만 원을 베팅해 승자가 됐다.
문태종 영입으로 붙박이 주전이었던 김영환은 벤치로 밀려났다. 올 시즌 김영환은 평균출전시간이 20분 이상 줄어 14분 37초를 뛰고 있다. 평균득점은 9.5점이 떨어진 3.5점을 기록 중이다. 모두가 김영환의 실력은 알지만 ‘클러치 슈터’ 문태종 때문에 자리가 없는 상황. 김영환은 “(문)태종이 형이 워낙 잘하니까요”라면서 묵묵히 운동에 열중했다.
올해 만 38세인 문태종은 평균 27분을 소화하고 있다. 아무래도 후반기로 갈수록 체력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다. 이에 김진 감독은 김영환과 기승호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태종의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결국 LG가 문태종에게 기대하는 것은 플레이오프 승부처에서의 한 방이기 때문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갈수록 김영환은 출전시간이 늘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이 끝나면 김영환은 자유계약선수신분(FA)을 얻는다. 중요한 올 시즌에 출전시간이 줄어든 것은 선수로서 민감한 부분이다. 하지만 ‘주장’ 김영환은 LG의 첫 우승을 위해 개인적 희생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김영환의 묵묵한 기다림은 LG의 벤치를 더욱 두텁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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