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의 영웅, '빙속 3총사' 이상화(25, 서울시청) 모태범(25) 이승훈(26, 이상 대한항공)이 소치 느낌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15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국제스케이트장 대회의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빙상국가대표 선수단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기자회견을 가졌다.
스피드스케이팅 금빛 질주를 노리는 '빙속 3총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서는 각오와 소감을 밝혔다. 4년 전 밴쿠버동계올림픽에 나설 당시만 해도 '비메달권'으로 분류돼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이들은 무관심 속에서도 꿋꿋하게 밴쿠버에서 화려한 성적으로 시상대에 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실력으로 이뤄낸 당당한 인생역전이었다. 그만큼 이들에게 있어서 밴쿠버는 의미가 남다른 무대였다. 무명에 가까웠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스타로 재탄생한 곳. 소치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들레르 아레나에 선 이들이 한결같이 '좋은 느낌'을 받은 이유도 밴쿠버에 있었다.
"지난 해 세계선수권대회 때 소치에서 경기가 있어서 훈련 해봤는데 저나 태범이나 느낀 점이 밴쿠버와 빙질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연 이상화는 "분위기 자체가 밴쿠버와 비슷하다 생각했다. 감회가 새로웠고 그 자리서 다시 올림픽을 치른다고 생각하니 마음가짐도 새로워지더라"고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모태범 역시 "승훈이랑 그런 이야기를 했다. (세계선수권대회서)얼음판에 올라가자마자 '밴쿠버랑 빙질이 매우 비슷하다'고 했다"며 "상화도 그렇고 승훈이도 그렇고 셋 다 그렇게 느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며 미소를 보였다.
세 사람이 인생 최고의 무대를 달렸던 밴쿠버. 바로 그 밴쿠버와 소치의 느낌이 비슷하다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 청신호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빙질 좋기로 유명한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나 캐나다 캘거리와는 달리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는 빙질이지만, 밴쿠버 당시의 영광을 아직도 온몸으로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환경인 셈이다.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당시 깜짝 활약으로 이 부문 세계 최강 스벤 크라머(네덜란드)를 제치고 남자 1만m 금메달을 목에 건 이승훈은 더욱 각별한 심경을 전했다. 이승훈은 "빙질이 너무 좋은 곳보다 소치나 밴쿠버처럼 빙질이 좋지 않은 곳에서 경기하는게 내게는 더 좋은 것 같다"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뚜렷한 이유도 있었다. 이승훈은 "너무 좋은 경기장에서 하다보면 빠른 속도로 하게 되는데 그게 더 부담된다. 빙질이 좋지 않은 곳에서 느린 레이스를 하는 것이 내게는 더 유리한 것 같다"며 "소치도 밴쿠버 때만큼, 결과를 떠나서 보너스라는 생각으로 재밌게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밴쿠버 때의 좋은 느낌을 소치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준비를 하고 있는 세 사람의 '빙속 3총사'가 과연, 또 한 번 그 때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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