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야구가 5년 만에 부활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4일 제1차 이사회를 통해 규약 개정을 알리며 페넌트레이스 주말 경기(금·토·일)가 우천으로 연기될 경우 해당 경기를 월요일에 편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주말 경기가 우천 연기되면 무조건 월요일 경기로 넘어가는 것이다.
보통 시즌 막판 잔여 일정에 따라 월요일 경기를 편성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시즌 시작부터 월요일 경기를 편성하는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그러나 2009년 당시 월요일 경기는 한 달을 버티지 못한 채 현장의 반발에 부딪쳐 폐지된 바 있다.

올해 KBO가 월요일 야구를 부활시킨 데에는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의 영향이 가장 크다. 이 기간 동안 프로야구 시즌은 일시 중단되며 이미 페넌트레이스 일정도 아시안게임 시작일인 9월19일 이전에 끝나는 것으로 맞춰놓았다. 최대한 빨리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의 반응은 크게 둘로 갈린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우리는 시즌 중 조금이라도 비가 오면 경기를 취소하고, 월요일 경기도 하지 않았다. 우리처럼 편하게 하는 곳도 없다. 주말에 비와서 못하면 월요일에라도 경기를 해야 빨리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고 긍정론을 펼쳤다.
한 베테랑 선수도 "만약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월요일 경기가 낫다. 더블헤더는 체력과 집중력이 모두 떨어진다"며 일정을 가급적 빨리 소화해야 한다면 더블헤더보다 월요일 경기가 낫다고 주장했다. 팬들은 두 말 할 것 없이 월요일에도 야구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만족이다.
그러나 반대 쪽 의견도 무시할 수 없다. 또 다른 선수는 "선수에게는 쉬는 날이 꼭 필요하다. 우천으로 연기되더라도 경기장에 나와서 훈련하는 건 같다. 월요일처럼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2009년 월요일 경기가 한 달 만에 폐지된 것도 자칫 9연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력 부담 때문이었다.
구단에서 볼 때에 월요일 경기는 그리 달갑지 않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월요일에는 관중 동원이 쉽지 않았다. 운영비를 고려할 때 월요일 경기는 적자가 많이 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중순 이후 치러진 월요일 8경기 평균 관중은 7984명으로 시즌 전체 평균 관중 1만1183명보다 40.1% 감소된 수치였다.
하지만 9월 이후에는 순위 윤곽이 거의 드러난 시점이기 때문에 흥행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순위 경쟁이 치열한 시즌 초중반이라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9월30일 월요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LG전은 치열한 상위권 싸움 속에 2만3596명이 몰리며 주말경기를 방불케 했다. 일정상 불규칙함이 불가피하지만, 올해는 아시안게임 때문에라도 월요일 경기 고수하겠다는 게 KBO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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