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반의하며 ‘미스코리아’ 대회에 발을 담았다. 미스코리아 준비를 체계적으로 도와줄 미용실도, 든든한 스폰서도 없지만 그녀에겐 ‘미스코리아’가 아니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리고 이 절박함은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그녀에게 꿈같은 기회를 선물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극본 서숙향, 연출 권석장) 9회에는 미스코리아 예선에서 4등을 차지한 오지영(이연희 분)에게 예상치 못한 기회가 찾아오며 본선 진출의 쾌거를 누리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서울 진 임선주(강한나 분)가 미혼녀라는 사실이 발각되며 자리에서 박탈되자, 지영에게 본선진출 기회가 온 것.
이에 눈물로 미스코리아 예선탈락의 슬픔을 쏟아냈던 지영은 거짓말처럼 찾아온 기회에 환호하며 형준(이선균 분)과 기쁨을 나눴다. 지영은 예선무대를 통해 불합리한 경쟁과 부조리한 현실을 몸소 경험했음에도 양춘자(홍지민 분)의 달콤한 제안을 뿌리쳤다. 홀로 부딪친 만큼 고통은 컸지만, 형준과 다시 함께 한다는 데 의의를 뒀다.

그러면서도 지영은 형준에게 "너는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사람이야.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시 좋아한다는 소리도 쉽고. 내 옆에 정작 있어줬으면 할 때 없었어. 나는 오빠가 다시 좋아지면 이번에 다시 헤어지면 죽을 것 같아서 다시 시작 안해. 못해 나는"이라고 절절하게 고백하며 형준과의 재회에 흔들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미스코리아를 준비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 지영은 훌쩍 자라 있었다. 어릴 적 놀기 좋아했던 철없는 소녀는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어른이 되었고,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정글 같은 미녀 대회에서 살아남았다.
한편으론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곧 배우 이연희의 성장기 같다. 극 중 여주인공 지영처럼 이연희는 어릴 적부터 예쁜 미모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연기력 논란은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였다.
그러나 이번 작품으로 이연희의 연기력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야말로 반전. 이를 갈고 출격한 듯한 이연희는 ‘미스코리아’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소화하며 자신의 성장을 알렸다. 연인에게 눈웃음을 흘리는 반항기 가득한 여고생 연기부터 마스카라가 번져 검은 눈물을 흘리는 굴욕 연기까지. 망가짐도 불사하는 이연희의 성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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