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통합 3연패를 이끈 류중일 삼성 감독이 꼽은 올 시즌 키플레이어는 누구일까.
류 감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심창민(투수)과 이지영(포수)을 투타 키플레이어로 점찍었다. 정현욱의 FA 이적과 권오준의 부상 공백을 메울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 필승조의 점진적인 세대 교체 작업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리고 10여 년간 삼성의 안방을 지켰던 진갑용의 계보를 이을 후보가 필요했던 만큼 류 감독은 이지영에게 꾸준히 선발 출장 기회를 제공했다. 이들은 경험을 쌓으며 주연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류 감독은 "특정 선수 한 두 명을 점찍는 것보다 여러 선수들이 지난해처럼 하나로 뭉쳐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 감독은 "릭 밴덴헐크, J.D. 마틴(이상 투수), 야마이코 나바로(내야수) 등 외국인 선수 3명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 선발진은 완성형에 가깝다. 다승왕 출신 3인방 배영수, 윤성환, 장원삼을 비롯해 외국인 듀오 릭 밴덴헐크, J.D. 마틴 그리고 좌완 차우찬이 선발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 7승에 머물렀던 밴덴헐크와 올 시즌 국내 무대에 입성한 마틴이 10승 이상 거두길 바라는 게 류 감독의 간절한 마음.
전천후 내야수 나바로는 그야말로 복병. 배영섭의 입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오른손 외야수를 구했던 삼성은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외야 수비 경험이 있는 나바로를 선택하게 됐다. 나바로가 어느 포지션에 안착하느냐에 따라 삼성 수비 지형도가 확 바뀔 수도 있다.
수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그의 활약은 절실하다. 팀내 우타 자원의 희소성이 높은 만큼 나바로가 고감도 타격을 선보여야 한다. 국내 타자 가운데 이승엽과 채태인의 활약이 관건이다.
류 감독은 지난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며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받았던 이승엽이 보란듯이 명예 회복에 성공하고 지난해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던 채태인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야구는 단체 스포츠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순간 끝장이다. 약팀의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류 감독이 올 시즌 키플레이어를 꼽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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