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미스코리아’, 세상 아부가 필요한 당신에게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4.01.16 08: 25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를 보는 시청자들이 하는 말은 한결 같다. 가슴 한 켠을 아련하게 하는 구석이 있는 드라마이고, 한번 보기 시작하면 60분이라는 방송 시간이 후딱 지나갈 정도로 집중도가 높다는 것. 종교가 없는 이들도 신을 찾게 되고, 세상 누군가에게 아부를 떨고 싶을 정도로 팍팍한 현실에 힘겨운 당신을 위한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빠져들게 하고 있다.
‘미스코리아’는 IMF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직장을 잃고 미스코리아가 돼야 하는 여자와 그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는 남자의 고군분투기와 로맨스를 담는 드라마. 첫 방송 이후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와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캐릭터를 살려내는 연기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 속에 방송되고 있다.
물론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인 SBS ‘별에서 온 그대’가 막강한 화력을 뿜어대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정 시청자들을 끌어안고 있는 중이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자극적인 전개를 보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데도 전혀 작위적인 요소 없이 설득력 있게 풀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쫄깃한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대본과 연출의 힘을 느끼게 하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9회 역시 미스코리아 서울 대회에서 4위를 하면서 떨어진 오지영(이연희 분)이 본선 대회에 진출하는 과정을 촘촘하게 담았다. 이미 1위를 한 임선주(강한나 분)가 엿기름물을 마시고 있다는 복선이 깔리며 출산 경험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추측이 들었던 상황. 선주가 미스코리아 출전 자격이 없는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이 드라마는 지영이 3위의 자격을 얻어 본선 대회에 나가는 이야기를 지루할 틈 없이 그렸다.
퀸 미용실 원장 마애리(이미숙 분)는 선주를 설득해서 스스로 대회를 떠나게 하려고 했지만, 선주를 시기하는 다른 후보가 이를 언론사에 투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물론 애리가 언론사에 알린 것으로 의심받으며 향후 미스코리아 대회의 또 하나의 갈등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영이 선주로 인해 미스코리아의 꿈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이 드라마는 뻔하지 않게 곳곳에 갈등 구성을 넣으며 시청자들을 요리했다.
이 가운데 김형준(이선균 분)과 지영이 과거에 왜 헤어졌는지에 대한 복선도 깔렸다. 바로 서울대생과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없는 날라리라는 환경 차이와 서로에 대한 부족한 배려심 때문. 그동안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가 궁금했던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과거 회상 장면을 통해 조금은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이 드라마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의 로맨스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는 현재 형준과 지영의 고뇌, 미스코리아 대회를 둘러싼 갈등, 외환위기라는 상황에서 느끼는 상실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차곡차곡 펼쳐놓고 있다. 때문에 ‘청춘 바이블’이라고 느껴질 만큼 갑갑한 현실을 살아가는 ‘미스코리아’ 속 인물들은 안방극장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미스코리아 본선 자격을 얻은 후 허공에 뽀뽀를 하며 또 한번 세상에 아부를 하겠다고 나서는 지영의 모습이나, 지영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마음에 그의 성공을 위해 자신도 내버릴 수 있는 형준의 변모한 행동은 짠하고 감동을 안긴다. 세상의 아부가 필요한 시청자들을 잔뜩 사로잡고 있는 ‘미스코리아’가 가진 힘은 바로 여기에 있다.
jmpyo@osen.co.kr
'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