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370억 원의 메이저리거 추신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고 기가 빨릴 수밖에 없는 예능프로그램.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가 게스트들의 기가 쭉쭉 떨어지는 ‘빨대 예능’의 진가를 발휘했다.
‘라디오스타’는 지난 15일 방송에서 추신수를 초대했다. 형제 프로그램이었던 ‘무릎팍도사’가 추신수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는 진솔한 대화의 장이었다면, ‘라디오스타’는 강심장 추신수도 어찌할 도리가 없어 낮은 한탄이 반복될만큼 평소 궁금했지만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 슈퍼주니어 규현의 몰아세우기와 어르고 달래기는 추신수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원빈의 얼굴이냐, 추신수의 타격 실력이냐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MC들이나, 연봉이 1370억 원이나 되니 회식비를 대고 출연료를 반납하라는 얼토당토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추신수는 MC들의 말다툼을 멍하게 지켜보거나, 자신의 어이 없는 실수를 두고 연봉 200억 원을 깎겠다고 달려드는 김구라의 맹공격에 당황하는 것 외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날 MC들은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익숙하지 않은 추신수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잡담을 했다.
추신수의 특기인 보살 장면을 보고 불교 의식을 하는 말장난을 한 윤종신에게 “종교 건드리면 큰일 난다”고 지레 걱정하는 김구라와 김구라의 지식 자랑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윤종신의 반격은 MC들끼리도 사정 없이 물어뜯으며 웃음을 안기는 ‘라디오스타’의 장기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덕분에 추신수는 편안하면서도 침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연봉 중 50% 가량은 세금이나 에이전시 비용으로 들어가며, 지난 해 경기 중 발생한 오해들에 대해 속 시원히 털어놨다.
추신수의 말대로 사람들이 인지는 하고 있어도 쉽사리 말하지는 못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곳이 ‘라디오스타’이기 때문. 4명의 게스트가 출연해도 MC들의 질문 난도질에 너덜너덜해지기 십상인데 단독으로 출연한 추신수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잡다하지만 시청자들이 궁금해할만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MC들의 깐족거림이나 벼랑 끝 몰고가기 작전은 수천억의 연봉을 받는 추신수도 당해낼 재간이 없었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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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