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코리아’, 어느새 이연희 따라 울다가 웃고 있네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4.01.16 10: 05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극본 서숙향 연출 권석장)의 주인공 이연희가 매회 진정성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세상에 아부를 하겠다며 하늘을 향해 뽀뽀를 하고 미스코리아 본선 진출에 실패한 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오열하는가 하면 “예쁘게 낳아주지 않은 탓”이라며 아빠와 할아버지 등 가족들에게 투정을 부리는 이연희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연민과 공감을 자아낸다.
‘미스코리아’는 1997년 경제 위기 당시를 배경으로 망해가는 화장품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학창 시절 퀸카를 데리고 미스코리아에 진출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이연희는 극 중 여자주인공 엘리베이터걸 오지영 역을 맡았다.
오지영은 여러 모로 평범한 로맨틱 코미디 여자 주인공의 틀을 깬 인물이다. 그는 미스코리아에 진출할 정도로 예쁜 미모를 갖고 있긴 하지만 그것 외에는 지식도 학벌도 재산도 가진 게 없는 인물. 게다가 학창시절부터 나이트를 드나들며 '노는 아이'로 날렸고 지금은 미래를 위해 아무것도 보장된 것이 없는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 엎친데 곂친 격으로 갑자기 불어닥친 경제 위기는 현실에 그럭저럭 타협하며 살아가던 오지영을 더 큰 궁지로 내몰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오지영이 택한 타개책은 미스코리아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지난 9일 ‘미스코리아’ 8회 방송 말미에서 오지영은 큰 좌절을 맛봐야했다. 미스코리아 서울 대회에서 4등을 해 본선 진출 자격 획득에 실패한 것. 이어 지난 15일 방송된 9회에서는 미스코리아 진출에 가까스로 다시 성공하게 된 오지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눈물과 환희를 오가는 오지영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이날 오지영은 김형준(이선균 분)에게 "왜 내가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예쁜 여자라고 했어? 왜 제일 예쁜 여자가 나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어?"라며 눈물을 터뜨렸다. 무대 위에서도 서러움의 눈물을 멈추지 못한 그는 연신 "미안하다"는 김형준에게 "내가 조금만 더 잘 했으면 3등 했는데 내가 조금만 더 예뻤으면 3등하고 본선 올라갈 수 있었는데. 오빠 회사 어떡해. 나 내일부터 나갈 직장 없는데 어떡해"라며 오열했다.
오지영의 말처럼 그의 본선 탈락은 망해가는 김형준의 회사를 살리고 자신 역시 새 삶을 살겠다는 오지영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지영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서울 진 당선자가 출산 경험이 있어 자격 미달로 미스코리아 서울 진 자리를 박탈당하게 된 것. 자연스럽게 4등을 했던 오지영은 3위로 올라서게 됐고 주최 측으로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화를 받게 됐다.
오지영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것 만큼 하늘이 날아갈 듯 기뻐했다. "세상이 그렇게 냉정하지만은 않은가봐. 내가 세상에 아부 떤 게 효과가 있었던 걸까? 감사합니다. 본선 간다"며 방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그의 모습은 이를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함께 기뻐하게 할 정도로 진정성 있었다.
사실 이연희는 오랫동안 '믿기 어려운' 배우였다. '에덴의 동쪽', '파라다이스 목장' 등 데뷔 이후 중요한 비중으로 출연했던 드라마에서 그가 보인 연기에 대해 시청자들은 공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는 했다. 사실 드라마 대본이나 분위기 자체의 문제가 없지 않았음에도 이연희를 향한 연기력 논란 낙인은 그의 눈에 띄는 외모만큼이나 큰 화제가 돼 왔다.
그러나 '미스코리아'에서 이연희는 주인공 오지영 그 자체다. 현실적이고 때로는 신날하기까지 한 대사를 거침없이 뱉어내고, 그러면서도 첫사랑인 김형준을 향한 마음을 종종 감추지 못하는 입체적인 오지영의 캐릭터는 서숙향 작가의 좋은 대본 뿐 아니라 배역에 깊이 몰입된 이연희의 연기력이 아니었다면 살아나기 힘들었을 것이다.
어느새 시청자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 하며 '요물' 연기자로 성장한 이연희가 '미스코리아'로 확실한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까? KBS 2TV '감격시대'의 등장으로 시청률에 약간의 타격을 맞은 '미스코리아'지만 아직까지 많은 분량이 남은 만큼 기대해 볼 만하다.  
eujenej@osen.co.kr
'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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