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예원의 첫인상은 쉽지 않았다. 커다란 눈과 작은 얼굴, 그야말로 연예인다운 외모인 그는 늘씬한 몸매까지 갖췄다. 당연히 여배우의 까탈스러움이 따라올 것이라 여겨질 만큼 화려한 외모였다. 그러나 이 같은 첫인상은 강예원이 사진 촬영을 위해 삼청동 카페 한켠에서 포즈를 취해보이는 순간부터 달라졌다. 스태프들에게 먼저 말을 걸며 웃어 보이는 강예원은 대중이 가지는 여배우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 한 가지, 강예원은 수줍음이 많은 10대 여고생 같았다. 연예인이라는 직업 특성상 칭찬에 익숙할 법도 한데도 강예원은 자신에게 건네지는 칭찬들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쑥스러워했다. 털털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금세 부끄럽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그는 분명 배우 뿐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의 매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강예원이 액션 영화 ‘조선미녀삼총사’로 영화팬들을 찾아온다. '조선미녀삼총사'는 완벽한 검거율을 자랑하는 조선 최고의 현상금 사냥꾼 미녀삼총사가 조선의 운명을 바꿀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퀵’, ‘점쟁이들’, ‘헬로우 고스트’ 등 코믹 연기에 능한 강예원의 코믹 플러스 액션 영화다.

사실 ‘조선미녀삼총사’는 지난해 초 크랭크인한 작품. 그 이후 개봉까지 무려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 영화를 기다려온 많은 팬들에게는 인내의 시간이었지만, 강예원은 이에 대해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원래 계획은 5월 개봉이었어요. 그런데 어찌 하다 보니 이번 설에 개봉하게 됐네요. 워낙 CG가 많이 필요한 작품이다보니 후반 작업에 시간이 걸려서 개봉이 늦어진 점도 있죠. 그렇게 마음이 조급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 생각했고요.”
차분한 목소리로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는 강예원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하지원, 강예원, 가인 둘만 모여도 신경전이 벌어진다는 여배우가 셋이나 모였으니 무슨 일이 나도 큰 일이 난 건 아니냐고. 그러나 그는 손사래를 치며 “사이좋은 자매처럼 지냈다”고 답했다.

“신경전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사실 저도 촬영 전에는 걱정이 있긴 했죠. 그래서 ‘나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하다 보니 자매 같은 사이가 됐어요. 지원 언니가 큰 언니, 제가 둘째, 가인이 막내였죠. 둘째로서 제가 중재도 하고 했었는데(웃음). 어쨌든 영화를 찍는 동안은 촬영장에 놀러가는 기분이었어요. 맛있는 것도 같이 나눠먹고, 뭐 그런 소소한 즐거움도 많았죠.”
이 쯤 되니 강예원에 대한 편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그는 촬영장 분위기를 상세히 전하며 영화를 찍는 약 4개월의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를 털어놓았다. 밝게 웃으며 세 자매의 면면과 스태프들을 칭찬하던 그에게 이번엔 가인에 대한 돌직구 질문을 건넸다. “아이돌 출신 가인, 진짜 마음에 들었나요?”
“가인이는 매력적인 배우죠. 좋은 배우가 될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고요. 자기 나름대로 배우의 뜻이 있다면 좋은 배우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영화 촬영 초반부터 가인의 연기가 좋았거든요. 가끔 보면 가인을 '기가 센 아이'로 평가하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제가 본 가인은 다소곳한 막내였는데. '언니언니'하면서 항상 모르는 것들을 물어보기에 가르쳐주기도 했죠. 계속 챙겨주고 싶은 동생이에요.”
강예원과 가인은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만났다. 그럼에도 그는 가인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기꺼이 환영했다. 가인의 개인적인 일은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외모와 이미지가 이 영화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가인이 섹시하잖아요. 스모키 메이크업이 정말 잘 어울리는 얼굴이기도 하고요. 여배우가 셋이나 전면에 나서다보니 차별화되는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가인이 저희 영화에 나온다는 소식에 딱 맞는 캐스팅이라 생각했죠.”
그리고 그는 가인 덕분에 특별한 운동을 배우게 됐다. 바로 봉춤이라 불리는 폴댄스. 가인의 권유로 봉춤을 배우게 됐다는 사연에 두 사람이 이 영화를 통해 얼마나 친해질 수 있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가인이가 봉춤 한 번 배워보라고 해서 시작했어요. 다리에 멍도 들고 정말 힘든데 운동이 돼요. 제가 다니는 곳이 애프터스쿨 분들도 다니는 데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가인이 덕분에 봉춤에 빠졌어요, 요즘(웃음).”

또한 이번 영화는 액션을 전면에 세운 작품. 사실 강예원은 여러 전작들을 통해 액션을 보여준 바 있기에 그는 이번 촬영이 어렵거나 낯설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그와 합을 맞추는 액션팀이 겁을 먹을 정도였다니. 이 여배우 액션 영화의 ‘물건’이다.
“저는 촬영에 들어가면 감정에 푹 빠져요. 그래서 누구를 때리는 신을 찍으면 진짜 때려버리거든요(웃음). 액션팀이 돌아가면서 저와 합을 맞추는데 겁먹으신 게 눈에 보이는 거예요. 저도 찍으면서 계속 사과하긴 했는데 감정 몰입이란 게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래도 이전에 한 번 호흡을 맞췄던 액션팀 분들이라 아프지만 즐겁게 촬영했어요(웃음).”
리얼한 액션이 때리고 맞는 장면만 있던 건 아니었다. 그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관계자가 “물 웅덩이에 빠진 적도 있지 않냐”고 거들자 그제서야 “그랬었나. 기억이 잘 안 난다”며 당시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별 거 아닌 장면처럼 털어놓는 강예원의 태도와는 달리 해당 장면은 여배우로서 쉽게 임하기 힘든 것이었다.
“제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신이었어요. 그런데 거기 물웅덩이가 물이 고여서 몇 년 동안 갈지도 않았더라고요. 냄새가 아주, 그런 냄새는 잊지도 못할 거예요. 그래도 들어갔죠. 촬영 끝나고 나오니 그 냄새에 질식하겠더군요. 다들 그냥 얼굴 위로는 물에 넣지 마라 그러셨지만 또 어떻게 그래요. 스크린 큰 화면으로 보면 리얼하지 않은 게 다 느껴질 거잖아요.”
이토록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영화는 다가오는 설날 관객들을 만난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조선미녀삼총사’는 웃을 수 있는 영화예요. 어렵지 않고요. 가족들이 다같이 설에 극장에 가셔서 즐겁게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 알고 보면 따뜻한 영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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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