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부 전반기 ‘명가 건재, 젊음의 반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4.01.17 07: 29

명가는 건재했다. 그러나 순위표 자체가 예년처럼 평탄한 것은 아니었다. 젊은 팀들의 약진 때문이다. 올 시즌 V-리그 남자부 전반기 판도를 요약하면 전통과 패기가 공존했다고 할 수 있다.
16일 러시앤캐시와 LIG손해보험과의 경기로 팀당 18경기씩의 전반기가 마무리됐다. 선두권은 전통의 강호이자 라이벌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가 형성했다. 현대캐피탈은 승점 40점, 삼성화재는 승점 39점으로 1·2위를 나눠가졌다. 다른 팀들의 거센 저항이 예상됐던 남자부였지만 두 팀은 흔들림없이 전진한 것이다.
김호철 감독이 팀에 복귀한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이탈이라는 대형 악재를 이겨내고 1위에 올라 가치가 더 했다. 김호철 감독은 “문성민이 돌아올 때까지 상위권에서 버티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고 실제 이 목표는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시즌 초반에는 고전하는 모습이 더러 있었지만 새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가 고비 때마다 해결사 몫을 하며 현대캐피탈의 1위 등극에 결정적인 몫을 했다.

전반기 막판 현대캐피탈에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삼성화재도 선전했다는 평가다. 여오현 석진욱이라는 수비의 두 대들보가 팀을 떠난 공백을 비교적 잘 메웠다. 최고 외국인 선수인 레오의 활약은 여전했고 여오현의 보상선수로 가세한 이선규가 중앙의 높이를 키웠다. 리베로 문제에 시달렸고 박철우의 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음에도 선두권에서 떨어지지 않은 원동력이었다.
두 팀의 후반기 전망은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다. 현대캐피탈은 부상에서 복귀한 문성민이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아가메즈에게 치우쳤던 공격 루트가 다변화된다면 공격에서는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 박철우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복귀한 삼성화재는 뒤집기를 노린다. 이강주 김강녕 등 리베로 선수들이 후반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팀의 1위 다툼은 후반기에도 가장 큰 흥미를 불러모을 전망이다.
그 아래를 살펴보면 우리카드의 돌풍과 러시앤캐시의 반격이 눈에 띈다. 우리카드는 전반기에만 승점 32점을 벌어들이며 포스트시즌 진출 자격이 주어지는 3위에 올라 있다. 4위 대한항공(승점 26점)과의 승점차를 유지하며 최근 몇 시즌간 이어진 ‘빅3’ 체제의 붕괴를 노리고 있다. 외국인 선수 루니의 결정력이 다소 아쉽지만 국내파 선수들의 기량은 최고로 불린다. 경기 내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만 보완하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팀으로 손꼽힌다.
‘꼴찌후보’로 불렸던 러시앤캐시도 전반기에만 승점 17점을 벌어 들이며 예상 외의 선전을 거듭했다. 1라운드 전패 당시까지만 해도 혹독한 신고식이 예상됐으나 그 이후로는 팀이 안정감을 찾으며 오히려 형님들을 혹독한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범실이 많고 승부처에서 약하다는 것이 단점인데 김세진 감독도 이를 보완해 후반기에는 진정한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반면 전력누수가 있었던 대한항공은 4위로 처지며 위기를 맞이했다. 주전 세터 한선수의 군 입대 공백을 좀처럼 메우지 못하며 기체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외국인 선수 마이클의 기량이 뛰어나고 신영수 곽승석 등 날개 공격수들이 분전하고 있는 만큼 세터 문제를 최대한 빨리 정비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우리카드를 추월해 3위로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따내는 것이 최대 과제다.
김요한이 부상으로 빠져 고전했던 LIG손해보험(승점 21점)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모습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다만 김요한이 본격적으로 힘을 낼 후반기 반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 시즌은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만큼 아직 포기는 이르다. 한편 최하위로 처진 한국전력(승점 14점)은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후반기부터는 걸출한 경력을 가진 외국인 선수 비소토가 합류하는 만큼 전반기보다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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